31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여민각 인근에 송년·신년 행사 취소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뉴스1

179명이 숨진 제주항공 참사로 지난달 29일부터 4일까지 1주일간 ‘국가 애도 기간’이 진행 중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연말·연시 축제를 잇따라 취소했고 유통·관광·게임 업계도 각종 이벤트를 거둬들였다. 정계·관계·재계에선 회식 취소가 속출했고 시민들 역시 연말 송년회나 신년 모임을 미루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31일 제야의 종 타종식과 새해 첫날 무등산 해돋이 행사를 취소했다. 전남 장흥군도 다음 달 1일 정남진 전망대에서 예정돼 있던 해맞이 행사를 없던 일로 했다. 서울시도 31일 오후 11시부터 종로구 보신각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축소하기로 했다. 당초 예정돼 있던 K팝 공연과 조명 쇼 등이 취소됐고, 시민 대표 등 민간 인사만 참석한 가운데 타종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의 상징이던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의 LED 조명도 꺼졌다. 넥슨 등 게임 업계까지 계획했던 행사 및 게임 이벤트 등을 취소하거나 보류했다.

새해 해맞이 행사도 도미노처럼 취소됐다. 간절곶이 있는 울산 울주군은 해맞이 행사를 취소했다. 드론 조명 쇼, 불꽃 쇼 등 행사가 무산됐고, 해맞이객을 위한 셔틀버스 운영 등도 중단하기로 했다. 정동진이 위치한 강원 강릉시도 새해를 맞아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에서 진행하려던 불꽃놀이를 하지 않기로 했다.

‘지역 축제 줄취소’에 지역 상인들은 자포자기한 분위기다. 대도시가 아닌 지방 도시들은 비수기인 겨울에 연말연시 지역 행사를 통해 유치한 관광객으로 경제를 유지하는데, 이번에 축제가 대거 취소됐기 때문이다. 지역 자영업자들은 “계엄 선포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는데, 이제는 제주항공 참사로 지역 축제까지 취소되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국가 애도 기간 공무원 회식마저 금지된 상황이다. 12·3 계엄 여파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던 자영업자들은 “이젠 뭐라고 말할 힘도 없다”고 한다.

겨울 휴가를 계획하던 시민들도 여행을 취소하고 있다. 내년 2월 독일 여행을 계획 중이었다던 직장인 김모(54)씨는 “탄핵 국면에 유로 환율이 급등해서 여행을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수십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초대형 여객기 사고까지 터지니 진지하게 취소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한 패키지 여행 업계 관계자도 “사고 다음 날인 지난 30일에만 평소의 약 2배인 4500명이 예약을 취소하고, 신규 예약은 반 토막이 났다”며 “1, 2월은 설 연휴에 대학생 겨울방학이 있어 대목인데 계엄, 탄핵에 이어 비행기 참사까지 터지니 걱정될 따름”이라고 했다.

예년 같으면 신년 맞이로 들떴을 전국의 거리는 애도 분위기로 가라앉았다. 31일 서울광장과 여의도 국회를 비롯, 전국 각지에 마련된 제주항공 희생자 추모 분향소에 시민 발길이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