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보잉737 기종의 운영 매뉴얼 일부가 찢긴 채 발견됐다. 조종석에 비치되는 매뉴얼 속 종이였는데, 사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짐작하게 하는 물건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3일 MBN에 따르면, 사고가 난 항공기 파편 주변에서 수치가 빼곡히 적힌 보잉737 운영매뉴얼 서너 장이 발견됐다. QRH(Quick Reference Handbook)로 불리는 이 매뉴얼은 2000쪽에 이르는 두꺼운 설명서로 기장석과 부기장석에 각각 한 권씩 비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된 종이에는 보잉 737-800기종이 랜딩기어를 내린 상태에서 최소 동력으로 날아갈 수 있는 거리가 적혀있었으며 일부 페이지에는 수면 불시착을 위한 절차 관련 내용도 담겼다.
이 종잇조각에선 의도적으로 뜯어낸 것으로 보이는 흔적도 남아있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장과 부기장이 엔진 두 개가 모두 꺼진 상태에서 기체를 착륙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흔적이라고 추정했다.
고승희 신라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MBN에 “(기장이) 부기장한테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알아보자, 또 얼마나 대응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며 매뉴얼을 꺼낸 것 같다”고 추측했다. 김광일 신라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그걸 다 펼쳐놓고 볼 수 없으니까 자기들 필요한 부분만 급하게 뜯어버리고, 이것만 갖고 계산하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매뉴얼 조각은 정부합동조사단이 분석 작업을 위해 수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원인을 규명할 주요 자료인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에서 추출한 2시간 분량의 음성기록 자료를 음성파일로 변환했다고 2일 밝혔다. 함께 수거된 비행자료기록장치(FDR)는 국내에서 자료 추출이 불가한 것으로 판단돼 미국으로 보내 분석할 예정이다.
앞서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은 지난달 29일 오전 9시 3분쯤 무안공항 활주로에 동체착륙을 시도하다가 공항 시설물과 충돌해 폭발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전체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승무원 2명이 구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