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 집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9일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2도를 기록하는 가운데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는 친윤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추운 날씨로 인해 난방버스를 동원하고 은박지를 몸에 두르기도 했다.

이날 오후 5시 30분 기준 신자유연대 등이 주최하는 친윤 집회에는 경찰 추산인원 4000명이 모였다. 이들은 인도를 포함해 상행선 4차선 중 3개 차로를 점거하고 있으며, BMW센터부터 한남초등학교 정문까지 약 400m 구간의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애국 청년 일어나라’ ‘STOP THE STEAL’ ‘부정선거 OUT’ ‘반국가세력 일거척결’ ‘CCP 공산당 OUT’ ‘부정선거가 내란이다’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었다.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지지 집회에서 청년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중학생 김모(15)군은 “헌법을 위반한 탄핵이 잘못됐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연방제 통일을 비롯한 악법들이 통과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김군은 “문재인 전 대통령 때의 차별금지법처럼 이름만 좋은 법들이 통과되면 국민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며 “나는 젊어서 추위를 덜 타는데 어르신들이 걱정된다”고 했다. 충남 당진에서 왔다는 김군은 “어젯밤 사랑제일교회에서 자고 오늘 오전 8시에 왔다”고 했다.

대학생 고준(27·대전광역시)씨는 “날이 춥지만, 나라가 위험에 처했는데 춥다는 이유로 안 구하러 가겠느냐”고 했다. “나는 정치색이 없는 사람”이라는 고씨는 “공수처법 등 민주당 정권 때 밀어붙인 법령이 와해되는 게 가당치 않다고 생각해 집회에 참여했다”고 했다. 외국인 학생이 90%인 대학에 재학 중이라는 고씨는 외국인 친구들이 ‘왜 권한대행까지 속수무책으로 탄핵되는거냐, 한국은 완전히 망했냐’고 한다”고 말했다.

패딩조끼, 패딩 등 외투를 두 겹으로 껴입은 취업준비생 곽주훈(25·광주광역시)씨는 “부모님이 ‘대신 나가 싸워줘 고맙다’고 했다”며 “관저 앞 집회에 참여하는 건 오늘이 두 번째인데 앞으로 매주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곽씨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이유는 선관위의 부정선거를 조사하기 위해서였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탄핵을 급하게 추진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친윤 집회에 참여한 청년들은 “우리는 무장 투쟁이 아닌 평화 시위를 하러 나왔다”며 “‘백골단’은 탄핵을 반대하는 2030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300명 가량의 ‘민간 수비대’를 조직했으며, 이 가운데 20~30대 남성 30여 명으로 자칭 ‘백골단’을 조직했다. 이들은 하얀색 헬멧과 ‘멸공봉’으로 불리는 경광봉, 보호대 등을 갖췄다.

백골단은 1980~1990년대 시위대를 진압하고 체포했던 경찰 부대를 일컫는 별칭이다. 일반 전투 경찰과 구분되는 하얀 헬멧을 착용해서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구타하고 연행하는 것으로 유명했고, 명지대생 강경대 사망 사건, 한진중공업 박창수 노조위원장 시신 탈취 사건 등에 개입해 민주화운동 탄압의 상징이 됐다.

경기 광명시에서 온 30대 A씨는 “폭력시위를 조장하는 집단이 있다”며 “집회에 모인 청년들끼리는 서로 ‘그런 세력에 현혹되지 말자’고 하고 있다”고 했다. 대학생 차모(20)씨는 “이전에 ‘백골단’이 벌인 일을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이름을 붙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차씨는 “우리는 애국심 때문에 이 추운 날에도 모였다”며 “폭력과 결부될 마음은 추호도 없다”고 했다. 대학생 이모(25)씨도 “우리는 무장 투쟁이 아니라 평화 시위를 하러 나왔다”며 “백골단, 반공청년단 같은 조직 좀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