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에 쓰레기 소각장을 짓기로 했다가 법원에서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을 받은 가운데, 법원은 ‘소각장 입지선정위원회 구성과 타당성 조사 전문연구기관 선정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해 서울시에 패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1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김준영)는 마포구 주민 1850명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마포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 입지 결정 고시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마포소각장추가백지화투쟁본부 회원들이 작년 11월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마포소각장 주민설명회에서 소각장 설치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12일 본지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우선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시는 ‘폐기물시설촉진법 시행령(구 시행령)’에 따라 2020년 4월 20일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운영 계획을 수립했다. 그해 12월4일 ‘입지선정위원회 위원 위촉 및 1차 회의개최 계획’을 수립했고, 사흘 뒤인 12월7일 위원 위촉 대상자들(10명)에게 ‘12월15일 위촉식 및 회의’에 참석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실제 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위촉장을 받았다.

이에 대해 마포구민 측은 “2020년 12월10일 폐기물시설촉진법 시행령이 개정됐는데, 이 시행령을 따르지 않고 구 시행령을 따랐기 때문에 위원회 구성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12월10일 이후 위원회가 구성됐기 때문에 법령을 잘못 적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마포구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위원회가 ‘설치’됐다고 보려면 위원회 위원이 구성이 완료돼야 하는데, 2020년 12월15일 위원을 위촉해 법적 구성이 완료됐기 때문에 개정된 시행령을 따라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서울시는 2020년 12월 4일에 위원회 설치가 완료됐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이때는) 위원으로 내정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입지 후보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위해 전문 연구기관을 선정하는 절차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입지선정위원회는 2020년 12월15일 회의에서 타당성 조사 전문연구기관 선정을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한다고 결정했고, 2021년 1월 서울시는 타당성 조사 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2021년 3월 서울시는 단독 응찰한 한국종합기술·동해종합기술공사 컨소시엄과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마포구민 측은 “입지선정위원회가 전문연구기관 선정을 심의·의결해야 하는데, 당시 공개경쟁입찰이라는 방식만 결정했고 심의·의결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입지 후보지 타당성 조사 결과는 차후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공정성, 전문성 등을 참작해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기관(서울시)이 아닌 입지선정위원회가 전문 연구기관을 선정하도록 한 것”이라며 “위원회는 공개경쟁입찰 방식만 의결했을 뿐, 전문연구기관을 직접 선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입찰 방식만 의결한 것으로는 전문연구기관 심의·의결해 직접 선정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서울시는 컨소시엄이 단독 입찰해 유찰되자 곧바로 수의계약 체결 절차에 나섰다”며 “전문연구기관 선정을 위한 심의·의결 권한을 입지선정위원회에 준 법령의 취지에 반한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다만 서울시가 주민 의견 수렴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원고 측의 다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시는 2023년 8월 새 쓰레기 소각장 부지로 마포구 상암동을 최종 선정했다. 2026년부터 수도권에서 생활 폐기물 직매립(쓰레기를 소각하지 않고 그대로 땅에 묻는 것)이 금지되기 때문에 하루에 쓰레기 1000t을 소각할 수 있는 소각장 건립을 추진한 것이다. 이에 반발한 마포구 주민들은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시는 판결문을 분석해 2월 초 항소장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