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14일 “토지 거래 허가 구역 지정 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토지 거래 허가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집이나 땅을 거래할 때 관할 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게 하는 규제다. 투기 세력을 차단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취지지만, 시민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주변 지역 부동산 가격만 폭등시켰다는 비판도 받았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시민 100여명과 함께 진행한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공인중개사 최동혁씨는 이 자리에서 “강남구 일대가 토지 거래 허가 구역으로 지정된 지 5년 가까이 됐는데, 가격 제어 효과는 없고 오히려 주변 지역에서 ‘풍선 효과’로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오 시장은 “그동안 (규제를) 당연히 풀고 싶었지만,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과감히 풀지 못했다. 송구스럽다”며 “그러나 지금은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고, 오히려 침체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여러 전문가의 평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도 폐지를 상당히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고 조만간 생각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토지 거래 허가 구역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우려가 있는 지역 위주로 지정돼 있다. 이 구역 내에 아파트를 사면 2년간 실거주해야 하고, 상가·업무용 빌딩은 4년간 입주해야 한다. 서울에선 강남구 압구정동과 삼성·청담·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등이 대표적 토지 거래 허가 구역이다. 재개발을 추진 중인 지역도 대거 토지 거래 허가 구역으로 묶여 있다. 시 전체 면적의 10.78%인 65.25㎢ 규모다.
그간 강남권에서 지정 해제 요구가 가장 컸다. 서울시는 2020년 6월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 구역 주변의 투기를 막기 위해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 거래 허가 구역으로 묶었다. 그러나 GBC 개발이 장기화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서울시는 2023년 11월 상가와 업무용 빌딩은 토지 거래 허가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아파트 단지에는 규제를 유지해왔다. 이 지역 부동산 거래가 끊기면서 인근 개포동, 반포동 등 집값이 뛰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올해 ‘용적 이양제’도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다. 용적 이양제는 예를 들어 주변에 문화재가 있어 고도 제한 때문에 용적률을 다 쓰지 못하는 경우, 남는 용적률을 다른 지역에 팔 수 있는 제도다. 오 시장은 ‘용적 이양제로 개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시민 의견에 “저희가 제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며 “손해 보는 분들의 억울함이 해소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참석한 시민들이 다양한 정책 개선안을 자유롭게 제시했다. 약 3시간동안 시민들이 불필요한 규제에 대한 의견이나 신설됐으면 하는 정책을 제안하고, 오세훈 시장과 담당 실·국장들이 답변을 이어갔다.
시민들 사이에선 ‘식당이 폐업하면 남은 물건을 폐기할 게 아니라 새로 창업하는 이들에게 저렴하게 넘길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자’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가정에는 육아휴직 적용 연령을 연장해주자’ ‘A구에서 B구로 이사 간다고 해서 아이돌봄서비스를 새로 신청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오 시장은 “좋은 아이디어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강남구에도 신사동이 있고 은평구에도 신사동이 있어 혼란스럽다’는 시민 의견에는 “어느 한 동에서 양보를 해주셔야 하는데, 그 양보가 잘되지 않는다”며 “양쪽 자치구의 구청장님들과 협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