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의 계절을 맞아 각종 온라인 중고 시장에 “졸업 앨범 찾습니다”라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본지가 13일 한 플랫폼에 ‘졸업 앨범’을 검색해보니 1960년대부터 2024년까지 다양한 매물을 구하는 글이 수십 건 있었다. ‘휘문고 40만원에 급구’ ‘1978년도 중대부고 10만원’ ‘일신여상 10만원에 판매’ ‘이화여대 1993년 2만6000원에 거래 완료’ ‘양재고 40만원’ ‘오륜중 1만원’ 같은 식이다. ‘초·중·고·대 불문 모든 학교 졸업 앨범 삽니다’ 같은 글도 있었다.
본지가 이날 연락해 본 구매자 10여 명이 모두 흥신소(사설 정보 수집 업체)였다. ‘사람 찾기’를 업으로 하는 이들은 특정인을 찾아달라는 연락을 받으면 일단 졸업 앨범부터 수집한다고 한다. 흥신소들은 표면적으로는 “수십 년 전 첫사랑이나 헤어진 애인을 찾는 사람이 적잖다”고 말한다. 하지만 배우자의 불륜 상대가 누구인지 추적해 달라는 의뢰를 받은 흥신소 업자들이 졸업 앨범을 찾는 일이 많다고 한다.
한 흥신소 관계자는 “2010년대 이전 졸업 앨범엔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모두 나와 있기 때문에 출신 학교와 나이만 알면 졸업 앨범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고 했다. 수십 년 전 과거라도 일단 거주지 정보를 확보하면 이웃을 탐문해 이사 정보 등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의뢰 대상인이 비교적 젊다면 졸업 앨범에서 얼굴과 이름을 확인해 소셜미디어를 추적한다고 한다. 대형 흥신소는 서울의 유명 학교 졸업 앨범을 데이터베이스화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결혼 정보 업체도 대학 졸업 앨범을 확보해 “좋은 배우자감을 소개해 주겠다”고 영업한다.
스토킹 범죄 전문 신민영 변호사는 “타인 동의 없이 졸업 앨범을 수집·활용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이를 활용한 연락은 스토킹 처벌법 위반”이라고 했다. 최근엔 딥페이크 범죄에 졸업 앨범이 악용될까 우려해 촬영을 꺼리는 교사·학생이 늘고 있다. 아예 ‘뒷모습 졸업 앨범’을 만드는 학교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 3537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앨범을 만들지 말자는 응답이 67.2%였다. 교사 45.5%는, 사진 넣기를 꺼리거나 빼기를 원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