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호주 브리즈번 공항점에 잭 다니엘 위스키 등 각종 주류가 진열되어 있다./롯데면세점 제공

지난달 정부가 올해 1분기부터 면세 주류 반입 2병 제한을 없애겠다고 밝혔음에도 국민들과 주류 수입업계, 면세업계는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체 용량과 금액 제한이 완화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과 병 수 제한이 사라지면서 기존에도 면세 한도를 넘겨 주류를 해외에서 가져오던 이들의 심리적 저지선만 없어진다는 주장이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3일 면세점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 면세 주류 반입 2병 제한을 없애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해외 여행자는 술을 총 2L 이하, 400달러 미만에 한해 2병까지만 면세로 들여올 수 있다. 정부는 이 중에서 병 수 제한만 올해 3월쯤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해외에서 사오는 주류 대부분이 700ml 이상이기 때문에 규제 완화 이후에도 사실상 2병 제한이 존재한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업무상 이유로 해외 출장이 잦다는 직장인 김모(63)씨는 “해외에서 들어올 때 선물용으로 주로 와인이나 위스키, 보드카를 구매하는데 이런 술들은 주로 용량이 700ml~1L 수준”이라며 “그래서 집에서 마시거나 선물할 용도로 2병 정도만 사왔는데 이번 정부 발표를 보면 규제 완화 이후에도 사실상 2병 제한이 존재하는 것이라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했다. 대체로 700ml인 주류의 용량 때문에 3병을 사면 용량 제한(2L)에 걸린다는 것이다. 애주가들이 모여 있던 주류 커뮤니티에서도 누리꾼들은 “용량과 한도를 늘려줘야 되는데 사실상 큰 의미는 없는 거 같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면세업계도 비슷한 분위기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분명히 업계를 배려해준 건 맞지만, 용량 제한을 그대로 둔 상황에서는 병 수 제한을 풀어도 매출 상승에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

면세 주류 병 수 제한 폐지로 지금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밀수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류 수입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해외에서 술을 한 번에 10병씩 가지고 들어오는 이들이 있는데, 2병 제한마저 사라지면 이러한 범법이 더 늘어날 것이 우려된다”며 “오히려 이러한 방향보다는 근본적으로 주류에 부과되는 세금을 종가세(從價稅)에서 종량세(從量稅)로 손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의원실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주류 관세 포탈 금액은 지난 10월 기준 63억4000만원인데, 이는 지난 2023년 26억7800만원과 비교해 136.7%(36억6300만원) 늘어난 수치다. 지난 2020년 2억7800만원 수준이던 것을 감안하면 4년새 30배가량 증가한 것이기도 하다.

인천공항세관 전경/뉴스1

정부의 이러한 정책에 불만을 나타내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용량이 작은 술을 좋아하면 이득을 볼 수도 있겠다”며 반기는 이들도 있었다. 1년에 1~2번 정도 해외여행을 다녀온다는 이모(29)씨는 “귀국할 때 위스키로 2병은 기본에, 미니어처(한 잔 분량의 작은 병 술)로 여러 병을 가져오면서 내심 찝찝했던 게 사실”이라며 “한 번 맛 정도만 보고 싶었던 술은 이제 조금이나마 병 수 걱정 없이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애주가 커뮤니티에도 “500ml짜리 중국술(바이주)이나 맥주, 미니어처는 좀 더 가져올 수도 있겠다”는 의견이 일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