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왼쪽)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에게 증인신문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23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전달받았다는 소위 ‘비상 입법 기구’ 쪽지를 자신이 작성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때 군 병력 최대 5000명을 동원해야 한다고 건의했는데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250명 가량의 소수 병력만 투입했다고도 밝혔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계엄에 동의한 국무위원이 있었다는 증언도 내놨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윤 대통령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주신문과 국회 측 대리인단의 반대신문 과정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최 권한대행에게 쪽지를 건넨 사실이 있느냐’는 윤 대통령 대리인의 질문에 “있다. 제가 직접 건네진 못하고, 최 대행이 늦게 와서 직접 만나지 못해 실무자를 통해 전했다”고 답변했다. 쪽지를 누가 작성했냐는 질문에는 “제가 작성했다”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쪽지에 적힌 내용을 묻자 “문건 있으면 제가 보면서 설명하겠다”라며 윤 대통령 측에서 문제의 쪽지를 전달받아 직접 살펴보면서 답변을 이어갔다.

김 전 장관은 “첫 번째는 예비비를 확보하란 것이었다. 비상계엄이 발령되면 예상치 못한 예산 소요가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해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사항”이라며 “두 번째는 국회 관련 보조금 차단이었는데, 국회 통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지급되는 각종 보조금·지원금을 차단하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재부 내 긴급재정 입법권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을 구성하면 예산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고령에 ‘통행금지’ 넣었는데 尹이 삭제 지시"

김 전 장관은 계엄 당시 포고령 작성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이뤄진 논의 내용에 대해서도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은 “(작성한 포고령을 건네주니) 윤 대통령이 쭉 보시고는 ‘통행금지 부분은 시류에 안 맞다. 국민에게 불편을 주지 않겠나’라고 해 이건 삭제했다”고 말했다.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취지의 포고령 1호가 국회의 입법이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는 목적이었냐는 질문에는 “그건 아니다”고 답변했다.

◇“軍 3000~5000명 투입 건의, 尹은 ‘250명’ 소수 동원 지시"

김 전 장관은 ‘계엄을 위해서는 수도권 부대가 모두 들어와야 하고, 군 병력이 1만~3만에서 최대 5만~6만명이 동원해야 한다고 윤 대통령에게 건의했는데, 윤 대통령이 경고용이라며 소수만 동원하라고 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네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3000∼5000명의 병력 투입을 건의하니 윤 대통령이 250명만 투입하라고 지시한 것도 맞는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제 생각하고 달랐지만 윤 대통령의 지시라 존중하고 준비했다”며 “간부 위주 초기 병력 정도만 투입하라고 하니 계엄을 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들어 대통령에게 ‘이게 계엄이냐’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또 자신이 직접 민주당사와 ‘여론조사 꽃’에 병력 투입을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윤 대통령 측에서 “윤 대통령은 처음부터 병력은 국회와 선관위만 보내라고 지시했는데, 병력이 민주당사 꽃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말 듣고 윤 대통령이 화들짝 놀래 병력 이동을 중지하라고 지시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국회 봉쇄 지시와 관련해선 “질서유지에 반하는 인물이 접근하는지 잘 보고, 선별해서 출입시키라는 취지였다”며 “침투·봉쇄하라는 지시는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부터 국회 봉쇄 계획이 없었느냐’고 묻는 데 대해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국회로 진입하라’, ‘두 번, 세 번 계엄을 선포하면 된다’고 지시했다는 이진우 수방사령관의 진술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계엄 당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 계엄군 지휘부에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어 “곽 전 사령관이 김병주 의원 채널에 나와서, 김 의원이 ‘의원들 끌어내라고 한 거 맞죠?’라고 유도 질문을 했다”면서 “사실은 증인이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내 상황이 혼잡하다는 보고를 받고 사상자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것을 김병주 의원이 국회의원들을 빼내라고 둔갑한 거냐”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국무위원 중 비상계엄에 동의한 사람도 있어”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 일부가 계엄 선포에 동의했다는 주장도 김 전 장관은 내놨다.

김 전 장관은 국회 측 대리인단의 반대신문에서 ‘국무회의 당시 동의한 사람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있었다”며 “누구인지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국무회의가 길어야 5분밖에 열리지 않은 게 아니냐’는 국회 측 질문에는 “국무회의는 짧게 했지만, 그 전인 오후 8시30분경부터 국무위원들이 들어오기 시작해 올 때마다 같이 모여 심의했다”고 주장했다. 정족수가 안 된 게 아니냐는 질문에도 “안 됐는데 심의했다”며 “내용을 다 공유하고 실제로는 짧게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