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대학생 A(26)씨는 지난달부터 ‘페루’의 유튜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2년간 매달 2500원을 내고 가족·친구 5명이서 ‘아르헨티나’의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지난 11월 유튜브 측으로부터 “현지에서 발급한 결제수단을 등록하지 않으면 멤버십이 갱신되지 않는다”는 메일을 받고는 가입 국가를 바꿨다. A씨는 “한국 요금제는 1명 이용하는 데 1만4900원이지만, 페루에는 가족요금제가 있어 약 1만2000원만 내면 최대 6명까지 사용할 수 있으니 이득”이라고 했다.
유튜브가 타국의 요금제를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자 다양한 방법으로 단속망을 피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그간 일부 소비자들은 가상 사설망(VPN)을 통해 요금제 가격이 저렴한 인도, 아르헨티나 등 국가로 우회 접속한 후 해당 국가의 요금제를 결제하는 방식으로 유튜브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러한 소비 행태는 ‘디지털 이민’ ‘디지털 망명’ 등으로 지칭된다.
디지털 이민자들이 늘자 유튜브는 지난해부터 해당 국가에서 발급된 결제수단을 등록해야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게 하거나, 멤버십을 구매할 때 등록한 국가에서 6개월 이상 떠나 있으면 이용을 중단시키는 방법으로 단속을 강화했다. 소비자들은 제재의 손길이 닿지 않은 국가를 찾거나, 신용카드가 아닌 구글 ‘기프트카드’ 같은 새로운 결제수단을 사용하며 단속망을 피해가고 있다.
유튜브가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디지털 이민’은 편법이다. 하지만 경제 규모가 비슷한 국가에 비해 유난히 한국의 요금제가 비싼 게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 유튜브 요금제의 가격 인상률이 가파르다” “일반 요금제 대비 60~70% 저렴한 가족 요금제와 40%가량 저렴한 학생요금제가 해외엔 있고 우리나라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유튜브 본사에서 가격을 결정하는데, 경제소득이나 그간 국가별 인상률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하고 있다”며 “요금제 추가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가족 요금제는 1명이 결제하면 초대를 통해 최대 6개 계정이 유튜브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일본(2280엔, 한화 약 2만1300원), 영국(11.99파운드, 한화 약 2만1900원), 독일(19.99유로, 한화 약 3만100원), 캐나다(22.99캐나다달러, 한화 약 2만3139원) 등에서도 가족 요금제가 출시됐다. 한국과 아이슬란드, 베네수엘라 등 일부 국가에는 출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