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 앱./로이터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 내놓은 저비용·초고성능 인공지능 모델 딥시크(DEEPSEEK)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질문하는 언어가 한국어인지 중국어인지에 따라 딥시크의 답변이 달라지는 것으로 10일 나타났다.

본지 기자가 직접 딥시크에 “고구려와 발해는 어느 나라의 역사냐”고 묻자 딥시크는 “고구려는 한국의 고대 국가이며, 발해는 고구려의 후계자를 자처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를 중국어로 다시 물어보자 “고구려와 발해는 둘 다 중국의 변방 정권으로 중화 문명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고 답했다.

고구려가 압록강을 방어하기 위해 전략 거점으로 쌓았던 ‘박작성’에 대해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딥시크는 한국어 질문 시 박작성에 대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나 개념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타나 잘못된 표현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중국어 질문 시 “박작성은 중국 고대의 한 도시 유적지”라며 “중화민족의 중요한 문화유산으로서 박작성은 중국 고대 도시 계획과 건축 예술의 뛰어난 수준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중국 고대 사회의 번영과 발전을 보여준다”고 답했다.

이같은 딥시크의 반응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3월 발간해 보급한 중국 대학생용 교재 ‘중화민족 공동체 개론’에 실린 내용과 비슷했다. 이 책은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가 여과 없이 실려 있어 ‘동북공정 완결판’이라 불리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최근 국정원 또한 딥시크의 기술 검증을 실시한 결과 동북공정ㆍ김치ㆍ단오절 등 질문 시 언어별로 답변이 상이한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치의 원산지를 물으면 중국어 질문 시 ‘원산지는 한국 아닌 중국’이라고 답하는 것과 달리 한국어로 물으면 ‘한국의 문화와 역사가 깃든 대표적 음식’이라고 답했다. 단오절 또한 한국어로 물으면 ‘한국 전통 명절’ 중국어로 물으면 ‘중국 전통 명절’이라고 했다.

이를 비롯한 문제점으로 국정원은 최근 정부 부처에 딥시크 등 생성형 AI 업무 활용 시 보안 유의를 강조하는 공문을 배포했다.

이런 문제에 일반 사용자들도 딥시크 사용이 꺼려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딥시크를 사용해본 대학생 성모(26)씨는 “딥시크를 써보니 챗GPT와 달리 편향적인 부분이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이 외국인에게 잘못된 정보를 교묘히 퍼뜨리려는 수작 아니냐”며 “기술을 역사 왜곡을 위한 도구로 쓰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우성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중국이 AI를 통해 지식패권을 강화해서 국제 영향력을 확대해 선두에 서려는 포석이 깔려있다고 본다”며 “한국어보다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외국인이 많고, 딥시크가 챗GPT보다 2~3배 싼 가격으로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