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20학번 박서영(24)씨는 이달 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졸업 앨범을 사는 대신 개인 사진작가를 고용해 캠퍼스에서 스냅 사진을 찍었다. 코로나 확산기에 입학한 박씨는 “신입생 엠티도 안 갔는데,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내는 졸업 앨범을 사고 싶지 않았다”며 “학사모를 쓰고 찍는 개인 사진만으로도 대학 생활 추억은 충분히 남길 수 있다”고 했다. 헤어·메이크업을 모두 포함, 30만원대에 캠퍼스 명소 5~6곳에서 500장 정도 사진을 찍었다. 박씨는 “천편일률적인 자세와 표정을 강요하는 졸업 앨범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전국 대학이 이달 말 졸업식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 학번 졸업생’들 사이에서 졸업 앨범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과거 대학생들이 ‘그래도 대학 졸업 앨범이니까’ 하는 마음에 구매했다면 20학번 졸업생들은 “어차피 코로나로 ‘신입생 소속감’도 못 느꼈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동문 사진이 실린 무거운 앨범은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졸업 앨범 가격은 5만~7만원대. 개인 사진 촬영은 최소 10만원대다. 하지만 졸업생들은 이런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나만의 졸업 사진’을 가지고 싶어 한다. 캠퍼스 명소 등 원하는 배경에서 마음에 들 때까지 보정도 가능하다. 한 사립대 졸업생 김모(26)씨도 “캠퍼스 도서관 앞에서 청춘 영화 스타일로 사진이 나와서 마음에 든다”고 했다.
‘개인 스냅 졸업 사진 업체’는 코로나 확산으로 졸업 앨범 촬영이 줄취소되던 4~5년 전부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 코로나 확산 이전에 비해 2~3배가량 늘어났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졸업 앨범 취소로 사진작가들이 대체 수요를 개척했다”고 했다. 개인 졸업 사진 촬영이 늘면서 졸업 앨범 판매량도 감소하고 있다. 서울의 A 사립대에선 2019년 1100부 판매된 졸업 앨범이 올해는 500부가량으로 반 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B 사립대의 졸업 앨범 판매량도 862부에서 230부로 감소했다.
20년째 졸업 앨범 제작자로 일하는 이모(44)씨는 “체감하기로는 코로나 이전보다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며 “코로나 때는 확진자가 발생해 촬영이 취소되는 일이 문제였지만, 지금은 학생들의 소속감이나 동문 간 유대감이 줄어 앨범 구매가 줄었다”고 했다. 결국 ‘코로나 효과’가 도미노처럼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