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대전 초등학생 사망 사건 가해 교사의 범행이 우울증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교사가 범행 전 학교를 무단 외출해 흉기를 구매하고, 아이가 혼자 남는 시간까지 기다렸던 점 등을 근거로 계획 살인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13일 YTN ‘이슈앤피플’에서 “우울증은 이런 종류의 폭력 행위와 전혀 인과관계가 없다”며 “1년에 2만명 이상의 많은 교사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 치료를 받는다. (살해 교사가) 우울증 치료를 받던 사람이라는 경찰 발표는 ‘우울증이 있는 교사는 전부 교직 부적응자가 아니냐’는 낙인이 찍히는 문제가 있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경찰 발표 내용 중 가장 눈여겨본 건 ‘복직 후에 짜증이 났다’고 얘기한 것”이라며 “결국 짜증이 나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얘기로 들리는데, 이분은 사실 우울증보다는 성격적으로 문제가 심각하게 있었던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이분이 복직한 이후 여러 폭력 행위가 보고됐다. (범행) 5일 전 컴퓨터가 잘 안 된다고 컴퓨터를 파손했고, 어려움을 상담해 주겠다는 동료 교사들도 폭행했다”며 “지속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이를 중단시킬 수 없었던 시스템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가해 교사의 범행이 이상 동기에서 비롯된 계획 살인이라고 추정했다. 이 교수는 “이런 유형의 살인에서 가해자에게는 고유한 특성이 있다. 본인의 분풀이 또는 오인된 방어 목적으로 가장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상대로 일종의 복수극을 벌이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를 보면 대부분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차원에서 보면 학교라는 공간 내에서 가장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를 선택했을 개연성이 굉장히 높아 보인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점심시간 무단 외출한 뒤 흉기를 구입한 점, 범행 장소를 방음이 되고 방범 카메라가 없는 시청각실로 정한 점, 아이가 혼자 될 시간까지 기다린 점 등이 계획 살인의 근거가 된다고 봤다. 이 교수는 “은폐 시도했을 개연성도 충분히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가해 교사는 지난 10일 오후 5시 50분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돌봄 교실 후 귀가하던 김하늘(8)양을 유인해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경찰은 “아이가 사라졌다”는 가족의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 교내를 수색하던 중 시청각실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의 김양과 목과 팔 등을 흉기에 다쳤지만 의식이 있는 상태의 교사를 발견했다. 교사는 수술받기 전 경찰에 자신이 흉기를 휘둘렀다고 자백했다. 그는 이후 경찰 조사에서 “복직 후 짜증이 났고, 교감이 수업을 못 들어가게 했다”며 “돌봄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갈 때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을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