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석·이가영의 사건 노트]는 부장검사 출신 김우석 변호사가 핫이슈 사건을 법률적으로 풀어주고, 이와 관련된 수사와 재판 실무를 알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학교에서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김하늘 (8)양이 다니던 대전 한 초등학교 입구에 국화꽃과 메모가 놓여 있다. /뉴스1

지난 10일 초등학교 여교사 A(48)씨가 1학년 김하늘(8)양을 교내에서 살해했다. A씨는 우울증으로 병가와 휴직을 반복했고, 사건 나흘 전에는 동료 교사를 폭행하기도 했다. 그는 범행 당일 학교 근처 마트에서 흉기를 사온 뒤 시청각실에 숨어 있다가 학교를 떠나던 하늘양을 유인해 범행했다. 사건을 접한 시민들은 화가 나고, 불안하다. 법은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할까?

◇경찰 대신 하늘이 찾게 해준 앱은 ‘불법’

자녀 위치 추적 앱 '파인드마이키즈'. /Findmykids

Q. 사건 당시,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했으나 하늘양을 찾지 못했는데, 자녀 보호 앱이 찾아냈습니다. 이 앱에 뜬 위치로 할머니가 찾아갔고, 어머니는 피해자 휴대전화 주변에 들리는 소리를 모두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앱이 불법이라고 합니다. 경찰은 피해자를 못 찾고, 불법 앱은 찾았습니다. 불법 앱이라며 비난할 수 있을까요?

A. 위치 정보는 민감한 개인 정보로 보호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사업자가 이를 수집하려면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등장한 위치 추적 앱은 승인을 받지 않아 불법입니다. 당사자 동의 없이 위치 정보를 수집하면, 위치정보보호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통신의 비밀도 보호되어야 합니다. 통신의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통신 내용을 몰래 알아내면 도청이고, 불법입니다. 이 사건 위치 추적 앱에는 주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능도 있습니다. 이 기능을 활용해 타인의 대화를 몰래 들으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입니다.

이 앱 덕분에 피해자를 찾을 수 있었지만, 인권 침해 등 불법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경찰의 위치 추적이 혼선을 빚었던 점은 매우 아쉬운데 장비 보강 등 필요한 조치를 시급히 취해야 할 것입니다.

Q. 위치 정보 앱이 불법이고, 도청도 불법이라면, 이를 통해 범행 현장을 찾은 것도 불법이 되는 건가요? 만약 불법이라면, 가해자의 살인죄를 입증할 증거로 못 쓰나요?

A.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수사와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위법 수집 증거 배제 법칙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범행 현장을 불법 수단으로 찾아냈다는 점에서, 문제 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아니라 민간인(피해자의 부모)이 위치 추적을 했다는 점 ▲초등생 자녀의 실종 및 범죄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득이한 측면이 있었다는 점 ▲개인 간 대화 등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기보다는 위치 확인을 위한 음향 수집이라고 봐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법 수집 증거라고 비난하면서 증거로 못 쓰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해자 범행 자백하는데… 어린아이의 부검, 꼭 필요할까?

13일 초등생 피살사건의 가해자 교사가 입원 중인 대전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형사와 의료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Q. 가해자가 범행을 자백하는 상황인데도, 경찰은 어린 피해자의 유해를 부검했습니다. 우리 정서상 부검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인다는 인식도 있습니다. 피해자의 부친도 처음에는 부검을 반대했었다고 하고요. 이 사건에서 꼭 부검해야 했나요? 유족이 반대하면, 부검을 못 하나요?

A. 살인 사건에서 부검은 필수적입니다. 사망한 피해자는 피해 진술을 못 합니다. 이때, 피해자의 유해가 피해 진술을 하는 것입니다.

부검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가해 행위가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어떤 흉기를 썼는지, 신체 어디를 어떻게 가해했는지, 칼에 찔렸다면 그 부위, 각도, 정도가 어떠한지, 피해자는 어떻게 저항했는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살인의 진상을 밝혀내는 것입니다.

살인 사건에서 당초 자백했다가 나중에 부인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납니다. 특히, 처벌을 줄이려고 잔혹한 가해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부검 결과를 통해 가해자의 변명을 차단하고 엄중한 책임을 묻게 됩니다.

그래서 유족이 거부한다고 해도, 살인 사건은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부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 아니라, 원혼을 달래기 위한 것입니다.

Q. 피해자의 부친은 경찰이 수사 상황을 언론 브리핑하면서도 유족에게는 알려주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피해자가 계속해서 학교에 있는 것으로 위치 정보가 나타나는데도, 학교 부근 아파트 등으로 가서 피해자를 찾았다면서 경찰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합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A. 실무상, 경찰은 유족 등 피해자에게 수사 상황을 일일이 알려주지 않고, 이것이 위법하지는 않습니다. 수사 기밀이 유출되면 진실 왜곡 등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수사가 끝나면 피해자에게 그 결과를 알려주거나, 수사 중간에 개략적인 수사 상황을 통지하고는 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는 피해자에게 재판 기일 등 진행 상황을 알려주고, 판사에게 피해를 호소할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국민적 관심 사안이 되었기 때문에, 경찰에서는 언론 브리핑을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유족으로서는 자신들에게 브리핑하지 않는 것이 서운할 수도 있겠지요. 유족의 슬픔을 조금 더 배려하면 좋겠습니다.

◇가해자, 우울증 기록으로 심신 미약 주장한다면? “감형 쉽지 않아”

김하늘양의 빈소가 차려진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김양의 아버지가 12일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뉴스1

Q. 가해자가 우울증 등을 이유로 심신미약을 주장한다면, 감형될까요?

A. 우리 형법은 정신질환자의 범죄는 정상인보다 감경해줍니다. 그게 심신미약 감경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정신 질환이 있다고, 특히 우울증이 있다는 이유로 심신미약 감경을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정신 질환으로 인해 ‘범죄 여부를 판단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였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감경받습니다.

이 사건의 가해자 행태를 보면, 심신미약인지는 의문이 많습니다.

그저, 안타깝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늘이의 안식을 기원합니다.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대표 변호사. /조선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