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인터넷이 활성화된 2000년대 이후 익명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을 견디지 못한 유명인들의 사망이 30년 가까이 잇따르고 있다. 그때마다 “익명성의 폐해를 줄이자” “인터넷 실명제가 필요하다” “악플러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같은 구호로 일시적으로 사회가 떠들썩해질 뿐 같은 희생을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8년 10월 국민 배우 최진실씨는 악플에 시달리다가 숨졌다. “세상 사람들에게 섭섭하다. 왜 (나를) 괴롭히는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2013년엔 최씨의 남편이었던 야구 선수 조성민씨도 악플과 악성 루머 등으로 고생하다가 세상을 등졌다.
인터넷 연예 매체와 거대 포털의 댓글 문화가 본격적으로 결합한 2010년대 유명인들은 악플로 인한 우울증에 지속적으로 시달렸다. 2017년 숨진 샤이니 종현씨는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다”고 했다. 2019년 10~11월 가수 설리·구하라씨가 연이어 세상을 떠나자 정치권은 ‘구하라법’ ‘설리법’을 쏟아내며 대책 마련에 부심한 모습을 연출했다.
설리법이라는 별칭이 붙은 악플 방지법은 △인터넷 준실명제 △혐오 표현 삭제 등을 골자로 하고 있었지만 모두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며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악의적 허위 사실을 담은 게시글·댓글에 대한 규제·처벌을 강화하는 정보통신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정치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배구 선수 김인혁(2022년)씨, 영화배우 이선균(2023년)씨가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레커’가 판치는 유튜브가 2020년대 중반 미디어 권력을 장악하면서 앞으로 이 같은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행법 통제를 엄격하게 받는 제도권 언론이 아니라는 점을 악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유튜브 매체들이 유명인에 대한 거짓 정보를 살포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유튜브를 방송법으로 규제하거나 새로운 미디어법을 제정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또 현재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규정된 악플러 처벌 상한선을 독일과 비슷한 수준인 5년, 650억원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