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서초구 키즈스피치예소스 서초반포본점에서 예비 초등학생들이 사회성 스피치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한영원 기자

“4단계 목소리로 인사해볼까?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건 3단계 목소리잖아, 더 크게 안녕하세요!”

21일 서초구 키즈스피치예소스 서초반포본점에서는 예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성 스피치 수업이 진행됐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세 학생들은 모두 6세. 수업은 매주 금요일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한시간 동안 진행된다. 이날 수업은 ‘4단계 목소리 연습’으로 시작됐다. 0단계는 무음, 1단계는 개미(귓속말), 2단계는 오리(일상 말하기), 3단계는 강아지(마트에서 말하기), 4단계는 호랑이(발표), 5단계는 공룡(구조 요청)이다.

다음으로는 ‘나 전달법’ 수업이 진행됐다. 자신의 생각을 1단계 행동, 2단계 감정, 3단계 바람으로 나누어 타인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교사가 “마음은 풍선 같아서 분출하지 않고 점점 커지기만 하면 언젠가 ‘빵’ 터진다”며 “마음이 ‘빵’하고 터지지 않게 적절하게 말을 해야 한다”고 하자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가 큰 소리로 떠드는 상황’을 고른 A군이 “네가 너무 큰 소리로 떠들어서 기분이 안 좋아, 앞으로는 작게 말해주면 좋겠어”라고 하자 교사는 “잘했다”며 호응했다. A군은 아직 발음이 명확하지 않아 교사는 이군이 또박또박 말할 수 있도록 한 단어 한 단어 다시 정확한 발음을 짚어줬다.

이어 ‘제안하는 말하기’ 수업이 진행됐다. 교사는 “‘우리 같이 놀러 갈래?’ ‘같이 떡볶이 먹을래?’처럼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게 제안”이라고 설명하며 “친구가 내 제안을 거절할 수도 있는데, 거절당하지 않고 친구들과 잘 놀 수 있는 말하기를 알려 주겠다”고 했다. 순서는 1단계 인사, 2단계 칭찬, 3단계 제안으로, B군은 순서에 맞춰 “안녕” “모래성 잘 쌓는구나” “나는 미끄럼틀 타고 있는데 너도 같이 놀래?”라고 말했다. 목소리가 작고 소극적인 학생들이 말할 때마다 교사는 “너무 잘했다”며 박수를 치고 큰 소리로 호응했다.

지난달 21일 서초구 키즈스피치예소스 서초반포본점에서 예비 초등학생들이 사회성 스피치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한영원 기자

요즘 영유아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사회성 수업을 위해 스피치 학원을 다니고 있다. 코로나 시기 집안에서만 생활했고, 어린이집에서도 마스크를 낀 채 상호작용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외동으로 태어나 자라면서 또래 아동들과 상호관계를 잘 맺지 못한다고 한다.

맘카페에는 유치원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남들 앞에서 소심한 내 아이, 스피치 학원 좀 추천해 달라”는 글들을 올리고 있다. 전국 맘카페에는 “○○학원이 좋다던데, 5세가 다니기엔 너무 빠르냐” “너무 소심한 아이라 남들 앞에서 제대로 이야기하는 게 꿈, 학원 정보 좀 공유해줄 수 있겠냐” “집에서는 ‘난리’를 칠 정도로 활달한데 밖에서는 소극적이라 걱정이다, 유치원생 스피치 학원 추천 부탁한다”는 글들이 잇따른다.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분당예소스스피치 학원의 김나정 원장은 “외동도 많고 아이들이 학원을 많이 다니다보니 사회적으로 소통할 기회 자체가 없어서 부모들이 억지로라도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사회생활이) 힘들다”며 “학원 전체 상담 비중 중 유치원생 상담 문의의 20~30%”라고 했다. 서초구에 위치한 키즈스피치예소스 학원의 조한석 원장은 “코로나 이후 사회성 향상을 위해 학원을 찾는 유치원생이 크게 늘었다”며 “‘사회성도 교육받는 시대가 왔다’는 비판적인 시선보다는 입시에만 매몰된 채 커뮤니케이션·문제해결 능력 개발에 힘쓰지 않는 한국 교육 시스템 자체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부모들은 무조건 학원에 보내기보다는 가정에서 어떻게 아동의 사회성을 발달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세종사이버대 아동학과 교수는 “요즘 아동들은 코로나 시기 집안에서만 생활했고, 어린이집에서도 마스크를 낀 채 상호작용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사회성이 떨어진다”며 “사회성은 언어적 메시지뿐만 아니라 표정, 억양, 입모양, 뉘앙스 등 다양한 비언어적 요소들이 함께 가야하는데 이를 훈련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부모들이 집안에서 아동들과 최대한 상호작용을 하며 사회성을 발달시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