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는 지지자들이 모여 석방을 촉구하며 밤늦도록 자리를 지켰다.
이날 오후 7시쯤 관저 인근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자 약 9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여 집회를 열고 있었다. 이들은 경광봉을 흔들며 “즉시 석방” “탄핵 무효” “무조건 오늘 석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윤 대통령의 조속한 복귀를 촉구했다.
대통령 관저 인근에는 이날 오후부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서울 용산구 주민 최태선(70)씨는 “대통령 구속 취소 소식을 듣고 관저 앞으로 달려왔다”며 “지귀연 판사가 정치적으로 압력이 있는 가운데 아주 어려운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오후 3시쯤에는 관저 앞 3개 차로와 인도에 윤 대통령 지지자가 가득 들어찼다.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도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소식이 알려지자 “관저 앞에서 모이자”며 이곳으로 옮겨왔다.
집회 현장에 막 도착한 여성 지지자는 태극기를 꺼내들고 “우리가 이겼습니다! 대통령님 어세 오세요”라고 소리쳤다.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손팻말 등을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승리한다” “대통령 돌아오신다” “윤석열 대통령 만세” 등을 외치는 지지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관저 인근에서 만난 최옥산(80)씨는 ‘대통령 즉각복귀’ 피켓을 들고 있었다. 최씨는 “대통령이 석방된다는 소식에 환영식을 하러 왔다”며 “대통령이 고생하는 걸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너무 기쁘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주민 박태환(31)씨는 “오늘 너무 기분이 좋다. 오늘은 축제 날”이라고 했다. 이날 일찍 퇴근하고 충남에서 올라왔다는 직장인 최승호(31)씨는 “이제야 나라가 제대로 돌아간다. 이게 나라다”라고 했다.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윤석열” “대통령 우리가 지킨다” 등의 구호를 연호했다. 일부는 “영웅이 돌아오신다” “대통령 만세” 하고 소리쳤다. 일부 지지자들은 “대통령을 맞아줘야 한다”며 관저 근처로 접근을 시도하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오후 4시쯤에는 국민의힘 탄핵반대 당협위원장 모임 소속 80여명이 관저 정문 앞에서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환영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뒤늦은 정의 실현이지만 크게 환영한다”며 “법의 지배라는 대원칙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또한 “법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와 검찰의 구속 기소 모두 불법이라는 것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성명서 발표에 참석한 김선동 서울 도봉을 당협위원장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해서도 불법성을 인정한 것”이라며 “오동운 공수처장은 즉각 사퇴하고 수사를 받으라”고 했다. 이에 지지자들은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오동운 사퇴” “탄핵 무효” 등 구호를 외치며 화답했다.
관저 인근 볼보빌딩 앞에는 이동식 단상이 마련됐다. 단상 위에는 여러 개의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한 지지자가 “대통령 돌아오시면 드리려고 준비한 것”이라고 했다.
이동식 단상 위에 올라선 한 남성은 “이제는 우리가 갈라질 필요가 없다.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 더 강력하게 뭉칠 것이고, 계엄령의 뜻을 받아 대한민국을 살려나갈 것”이라고 외쳤다. 연단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 지지자는 “마음껏 기뻐하자. 대통령이 돌아온다”며 “40대 좌파들이 지금 절망하고 있다. 좌파들의 기를 눌러주자”고 외쳤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윤 대통령이 수감된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대는 소란스러워졌다. 무대에 선 진행자가 “대통령을 모시러 간 것 아니겠느냐”고 외치자, 지지자들은 거센 함성을 질렀다. 일부는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거나 만세를 부르기도 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행인들에게 “이르면 오늘 밤 윤 대통령님이 관저로 돌아오실 수 있다”며 “집에 가지 말고 자리를 지키자”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관저 인근에는 탄핵 찬성 측 시위대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후 4시쯤에는 관저 인근 루터교회 앞에서 진보대학생넷 소속 대학생 등 30여명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내란수괴 윤석열을 구속하라” “내란공범 중앙지법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동국대 사회학과 재학생 홍예린(24)씨는 “윤석열 석방은 내란을 부추기는 짓”이라며 “내란 옹호 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지켜본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고함을 치며 항의하기도 했다.
분위기가 격화하자 경찰은 바리케이드로 기자회견 장소를 에워싸고 직접적인 충돌 상황에 대비했다. 관저 인근에 모인 지지자들은 경찰과 취재진을 밀치는 등 일대에는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관저 인근으로 인파가 속속 모여들면서 경찰에는 비상이 걸렸다. 경찰은 관저에 배치한 기동대를 기존 8개 부대(500여명)에서 18개 부대(1100여명)로 증원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력 증원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볼보빌딩과 한남초등학교, 루터교회 인근에 펜스를 설치하고 인파 관리에 나섰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윤 대통령 측이 구속 상태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낸 구속 취소 청구를 이날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