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 기일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법원이 7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을 취소하라고 결정하면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 사례를 언급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이날 윤 대통령 측이 청구한 구속 취소를 받아들였다. 구속 취소는 법이 정한 피고인 석방 제도 중 하나로, 구속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 구속을 취소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의 구속 기한이 만료된 상태에서 위법하게 기소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설령 구속 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된 것이라 하더라도, 구속 취소의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법상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내란죄가 포함돼 있지 않다”며 “공수처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수사 과정에서 내란죄를 인지했다고 볼 만한 증거나 자료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공수처와 검찰청은 독립된 수사기관이지만 법률상 근거 없이 구속 기간을 서로 협의해 나눠 사용한 것과 사건을 넘길 때 신병 인치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도 절차적인 문제라고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구속 취소 이유와 관련 공수처법 등 관련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다”며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에서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구속 취소 결정을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했다.

또 “만약 이러한 논란을 그대로 두고 형사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상급심에서의 파기 사유가 됨은 물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최근 재심이 결정된 ‘김재규 사건’을 예로 들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지난달 19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해 사형당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위법하게 진행됐다는 취지로 재심 개시 결정을 했다. 당시 법조계에서도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형사재판, 탄핵심판 등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묘한 결정이 나왔다”는 반응이 나왔었다.

김재규는 1979년 10월 26일 궁정동 안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하고, 이듬해 5월 24일 사형됐다. 김재규에게 적용된 혐의는 ‘내란목적 살인’ ‘내란수괴 미수’ 2가지였다.

김재규의 재심 사건 변호인들은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가혹 행위에 대한 증언이 나왔고, 공판 녹취록과 공판조서가 상당 부분 차이가 있다”면서 “위헌적이고 위법한 수사와 공소 제기, 재판 과정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김재규 측은 10·26 사건과 김재규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계엄사령부 소속 수사관들이 김재규를 사건으로 수사하면서 수일간 구타와 전기 고문 등의 폭행과 가혹 행위를 한 것이 인정된다”며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되었음에도 그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돼 확정 판결을 받을 수 없는 때에 해당해 형사소송법이 정한 재심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