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뉴스1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이 나오면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건 피고인들이 추가로 구속 취소 신청을 할 방침이다. 일반 재소자들 사이에서도 “윤 대통령 석방 때 판례에 따라 구속 취소 청구를 하자”는 기류가 확산되는 것으로 11일 나타났다.

구속 피고인 및 재소자들 사이에서 이런 기대감이 퍼진 것은 윤 대통령 사례에서 ‘시간’을 기준으로 구속 기간을 계산하는 계산법을 적용해서다. 법원은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하면서 형사 사건 실무상에 ‘날’을 기준으로 계산했던 구속 기간을 ‘시간’으로 따지는 계산법을 내놓았다.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건 피고인들은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판결이 나온 직후부터 구속 취소 청구 방침을 세우고 법리 검토에 나섰다. 서부지법 난동 피고인들의 변호인단은 이미 서부지법 재판부에 대한 기피 신청을 잇달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구속 취소 판결을 계기로 추가적인 구속 취소 청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속 수감 중인 명씨도 윤 대통령 석방 이후 구속 취소를 위한 서류를 만들어 이번 주 중 법원에 구속 취소 신청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명씨 측 변호인은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난동 피고인 변호를 맡은 한 변호사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가 시간 기준으로 이루어진 만큼, 기존 날짜 기준이 아닌 시간 기준으로 판단받아야 한다는 논리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이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권에 대해서도 법원이 의문한 점을 근거로 들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지난 10일 진행된 첫 재판에서 한 변호인은 “공수처에 수사권이 없는 만큼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옥바라지 카페'에 올라온 게시글 캡쳐.

이 같은 흐름은 일반 재소자들에게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교도소 수감자들의 가족과 지인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네이버의 ‘옥바라지 카페’에는 지난 9일 ‘윤통 석방으로 구속 영장에 대한 의견’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서는 “새로운 판례가 생겨 체포와 영장 발부 시간에 따라 구속 취소 소송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소중한 가족이 여러분 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적혔다. 다른 게시글과 댓글에서도 “이제 시간으로 따져보자”, “변호사 선임해서 시간 기준 구속 취소 신청한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수사기관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날짜 기준으로 구속 기간을 계산했기 때문에 구속 만료일이 명확했지만, 이제는 시간 단위까지 따져야 하니 수사기관도 타이머라도 둬야 할 판”이라며 “시간 기준이 자리 잡으면, 조금이라도 계산이 틀리면 곧바로 구속 취소 신청이 들어올 수 있어 실무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구속 취소 신청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지방법원에 접수된 구속 취소 청구 사건은 총 1만1733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8040건이 인용돼 68.52%의 인용률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구속 취소 청구가 이뤄질 경우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호진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관례적으로 날짜 기준으로 구속 기간을 계산해 왔지만, 윤 대통령 사례 이후 사법부 실무자들은 시간 기준을 요구하는 청구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