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24일 발생한 대형 싱크홀(땅 꺼짐) 인근 지역에 정부가 3개월 전 특별 점검을 벌이고도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또 사고 전 싱크홀 인근 주유소 등 인근 지역 지반이 무너지거나 균열이 생겨 민원도 다수 제기된 것으로 나타나, 이번 사고가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작년 12월 국토교통부는 싱크홀 발생 인근 지역에서 안전 특별 점검을 실시했다. 이 지역은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으로 특별 점검 대상인 ‘대형 공사장’으로 분류돼 있다. 국토부는 당시 지하를 관측할 수 있는 ‘지표 투과 레이더(GPR)’ 탐사 등을 벌였지만 싱크홀을 유발하는 공동(空洞·땅속 빈 구멍)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 2019년 6월 진행된 서울시 용역 업체의 정기 점검에서도 이상 징후는 없었다.
그러나 싱크홀 발생 18일 전인 지난 6일 사고 현장과 불과 5m 거리의 주유소 바닥에 균열이 가 서울시에 민원이 접수됐고, 사고 당일 오전에는 주유소 주변 빗물받이가 무너졌다는 신고 등이 강동구청에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싱크홀 사고 지점에서 불과 2m 떨어져 있는 꽃가게 사장 이숙영(68)씨는 “사고 직전 가게 바닥에 약 2~3m 크기의 금이 갔고 점점 크기가 커져 심상치 않았는데 결국 사고가 났다”고 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달 초부터 지반 균열 신고가 다수 접수됐는데 이런 전조를 무시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라며 “더 정기적으로 엄격한 지질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싱크홀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노후 상·하수관들에 대한 대대적인 개·보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전체 상·하수관 2만4149㎞ 중 30년 이상 된 노후 수도관은 44%(1만742㎞)에 달한다. 서울시는 올해는 약 2000억원을 들여 노후 하수관 100㎞와, 약 1500억원을 들여 노후 상수관 89.2㎞를 정비할 예정이지만, 해가 갈수록 고쳐야 할 상·하수관은 늘어나는 게 문제다. 2040년까지 30년이 넘은 노후 하수관 가운데 25%만 개·보수해도 약 5조원이 든다는 것이 서울시 추산이다.
올해 환경부는 상·하수도 관련 예산의 약 50%를 노후 수도관 정비에 배당한 상황이다. 하수관로 정비에는 1조6264억원을, 상수도 정비에는 3991억원을 투입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예산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후 수도관 물량이 많아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지속적으로 환경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언제 발생할지도 모르는 싱크홀의 위험성을 감안하면 신규 하수관 설치보다는 노후 하수관 개·보수 사업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