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산불로 인해 연기가 뿌옇게 차 있는 경북 청송군의 한 도로. /장련성 기자

“공기 좋은 청송에서 이게 뭔 일입니껴. 하루 종일 마스크를 끼고 있어도 목이 아프잖니껴. 팔십 평생 처음입니더.”

28일 경북 청송국민체육센터 대피소에서 만난 박태조(86)씨는 마스크를 쓰고도 계속 콜록였다. 대피소 곳곳에서 기침 소리가 들렸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로 청정 지역인 경북 북부 지역이 숨 쉬기조차 힘든 동네가 됐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최악의 대기 오염에 주민들은 “마스크를 껴도 의미가 없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산불이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으로 빠르게 번진 26일 안동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최고 985㎍/㎥을 기록했다.

초미세 먼지 농도가 76㎍/㎥ 이상이면 ‘매우 나쁨’이라고 예보하는데 이 기준을 12배 이상 초과한 것이다. 미세 먼지 농도 역시 1246㎍/㎥으로 매우 나쁨(151㎍/㎥ 이상) 기준치를 8배 이상 초과했다. 이날 바닷가인 영덕군도 초미세 먼지 농도가 929㎍/㎥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면 대기 오염이 심각한 인도 뉴델리나 중국 베이징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한반도 위성사진에도 뿌연 연기로 가득 찬 경북 북부 지역의 모습이 잡혔다.

이 지역의 공기는 28일 산불을 잡으면서 차츰 맑아지고 있다. 이날 오후 가장 먼저 불길을 잡은 영덕은 초미세 먼지 농도가 7㎍/㎥까지 떨어졌다. 안동 역시 초미세 먼지 농도가 ‘보통’ 수준인 30㎍/㎥을 기록했다.

한국환경공단은 주말인 29~30일에는 북풍이 강하게 불면서 경북 지역의 대기질도 ‘좋음’ 수준을 되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