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월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월 26일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조사를 4월 중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금감원은 조성옥 전 회장 일가 등이 100억원대 시세차익을 거둔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삼부토건은 2017년 ‘DST로봇(현 휴림로봇 컨소시엄)’에 인수되며 회생절차를 졸업했는데, 조 전 회장과 그의 아들 조원일씨는 그때부터 최근까지 줄곧 삼부토건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삼부토건은 새주인을 만난 뒤 줄곧 여러 의혹에 휩싸였다. 그러나 삼부토건이 테마주에 편승하며 급등락과 거래정지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안기는 동안 금융당국은 삼부토건 관련 의혹을 확인하지 못했다. 한국거래소는 2024년 7월 정치권에서 문제가 제기된 이후에야 심리에 착수했고, 지난해 9월 거래소의 조사 결과를 넘겨받은 금감원 역시 반년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지 않았다.

더욱이 주간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금감원은 2018년과 2020년, 삼부토건의 새주인을 둘러싼 수상한 정황을 두 차례나 포착하고도 놓쳤다. 금감원이 2020년 삼부토건 관련 의혹을 확인할 기회를 놓친 사실은, 2023년 11월 17일 선고된 행정소송 판결문에서 드러난다. 2021년 1월 금융위원회는 금감원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삼부토건 관계사인 라이브저축은행(현 HB저축은행)의 주식연계채권 담보대출 취급 과정에서 다수의 불법행위가 확인됐다며 당시 대표이사 박모씨의 해임을 권고했다. 그러나 박씨가 징계요구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금융위는 패소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금감원은 2020년 3~9월 라이브저축은행 부문검사를 진행하면서 삼부토건 관련 대출을 조사했다. 당시 금감원은 ‘삼부토건과 (삼부토건을 인수한) 휴림로봇, 휴림로봇의 모회사 에치이엔티일렉트로닉스, 그리고 조모회사 격인 코디엠 관련 대출을 모두 이모씨가 핸들링했다’는 박씨의 진술을 확보했고, 자금 흐름 등을 통해 삼부토건 관련 대출의 실차주가 이씨임을 확인했다. 이씨는 2017년 삼부토건을 인수한 ‘DST로봇 컨소시엄’에 45억원을 투자한 엔케이컨소시엄 대표자로, 현재 금감원이 겨냥 중인 삼부토건 대주주 조성옥·조원일 부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2011년 조원일씨가 넥서스투자를 무자본 인수한 뒤 회삿돈을 횡령한 사건에서 자금 담당자로 활동했고, 2020년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에서도 조씨와 함께 에스모 주가를 조작하는 등 한 몸처럼 움직인 바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삼부토건 및 관계사(코디엠, 에이치엔티일렉트로닉스, 휴림로봇)의 대출을 조사하면서도, 실차주로 지목된 이씨에 대한 조사를 포기했다. 금감원은 2020년 10월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이씨와의 면담을 계획했으나, 이씨가 “코로나19로 접견 횟수가 제한돼 금감원 접견 시 가족 면회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거절하자 더 이상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다. 재판부 역시 금감원이 단 한 차례 면담을 시도한 것 외에 이씨로부터 사실을 확인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보다 앞선 2018년에도 금감원은 삼부토건을 인수한 ‘DST로봇 컨소시엄’ 참여자들 사이의 통정거래 의혹, 대북사업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주가조작 의혹, 사기적 부정거래를 통한 삼부토건 인수 의혹 등을 제보받아 조사에 나섰다. 2020년 금감원은 해당 제보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했다. 이는 제보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어 일정한 조치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금감원이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삼부토건과 휴림로봇을 조사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금감원 조사 결과는 2019년 7월 17일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감원은 2019년 3월부터 코스닥 상장사 휴림로봇의 공시의무 위반 혐의를 조사한 끝에, 주요사항보고서 중요사항 기재 누락을 적발했다며 이를 증선위에 안건으로 상정했다. 그 결과 휴림로봇에 대한 처분은 과징금 1억5200만원에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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