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으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뉴스1

국내 한 상장사가 홈플러스‧MBK파트너스 경영진이 신용 등급 강등을 미리 알고도 이를 숨기고 단기 채권을 발행했다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등을 고소했다. 이 회사가 매입한 홈플러스 관련 단기 채권 규모는 총 138억원에 이른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A상장사는 최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A사는 지난 1월 10일부터 2월 28일까지 홈플러스의 전자단기사채 및 ABSTB(카드 대금 기초 유동화 증권)를 총 138억원어치 사들였다.

A사가 마지막으로 채권을 사들인 지난달 28일, 홈플러스는 신용 등급이 ‘A3’에서 ‘A3-’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주말과 임시공휴일 이후인 이달 4일 0시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법원은 대표자 심문을 한 뒤 신청 11시간 만에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A사가 홈플러스의 정상 결제를 믿고 채권을 사들인 지 불과 나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A사 측은 김 회장 등이 채권 부도를 이미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A사는 고소장에서 “김병주 회장의 지시에 따라 경영진은 증권사 담당자들에게 홈플러스의 재무 상태가 양호하고, 향후 부도 내지 회생, 파산 신청 계획이 없다는 등의 취지로 설명했다”며 “그러나 사실은 홈플러스의 재무 상태가 악화되어 기업어음, 전자단기사채, ABSTB의 지급이 정지되거나 부도가 날 위험을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이른 시일 내에 홈플러스에 대한 회생 신청을 할 계획을 갖고 있었음에도 위와 같은 위험에 대해 증권사 및 구매 예정인 기업, 개인들에게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고소를 담당한 법무법인 더킴로펌 관계자는 “김 회장 등 MBK파트너스 경영진의 악행으로 인해 A사는 회사와 가계의 존망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를 입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나아가 국민 경제 전체에 끼치는 피해는 너무도 막대하므로 수사기관의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기준 홈플러스 단기채권 판매 잔액 규모는 5949억원에 이르며, 증권사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규모는 2075억원으로 파악된다.

금융감독원은 홈플러스가 언제부터 회생 절차 신청을 준비했는지, 언제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회생을 계획하고도 6000억원에 육박하는 단기 채권을 발행했다면 사기 발행‧판매 혐의가 적용될 수 있어서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신청 준비를 시작한 시점은 2월 28일부터이며 공식적으로 회생신청을 결정한 이사회 결의는 3월 3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