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를 가진 김서영(가명·34)씨와 지적장애를 가진 아버지(68)가 생활하는 집의 화장실 내부. /이랜드복지재단

“냄새 때문에… 친구들이… 싫어해요.” 발달장애를 가진 김서영(34‧가명)씨의 짧은 문장 안에서 사회적 고립의 아픔이 느껴졌다.

1일 이랜드복지재단이 운영하는 SOS위고 봉사단에 따르면 김씨의 어머니는 뇌병변 및 중증 지적장애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다. 나라에서 지급해주는 기초생활수급비 170만원 중 50만원은 병원비로 나간다.

남은 돈으로 아픈 김씨를 보살피고, 살림을 꾸려가는 건 60대 아버지의 몫이다. 그러나 지적 장애를 가진 아버지에게 이는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김씨는 영양소를 챙기지 못하는 부실한 식사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도 비만에 이르렀고, 활동에 심각한 제약을 받았다.

작년 12월, 한겨울이 되면서 경남 한 작은 마을에 위치한 김씨의 집에는 더 큰 위기가 닥쳤다. 내부 화장실 배수관이 완전히 막혀 사용이 불가능해졌고, 샤워는 물론 세수조차 할 수 없었다. 김씨 부녀는 마당 한쪽을 천으로 가리고 ‘임시 샤워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담장이 낮아 집을 지나는 이들에게 샤워장 내부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지반 침하로 담이 내려앉아 임시로 만든 샤워장 내부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이랜드복지재단

생리 현상 해결도 어려웠다. 마당의 재래식 화장실은 낙후되고 비위생적인 상태였다. 게다가 김씨가 가진 장애 특성으로 인해 화장실 이용이 더욱 쉽지 않았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따로 외출을 할 정도였다.

김씨의 어려운 사정은 그가 다니던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센터에서 먼저 알아챘다. 제대로 씻지 못한 김씨의 몸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자 주변에서 김씨에게 다가가기를 꺼린 탓이다.

센터 관계자들은 주거 환경을 확인하기 위해 김씨의 집을 찾았다가 김씨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됐다. 설비업체 확인 결과 배관 노후로 인한 균열과 누수, 이로 인한 지반 침식까지 진행되어 집 전체 구조물의 안전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센터 측은 우선 행정복지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김씨 부녀가 사는 집이 ‘미등기 건물’이어서 공적 지원을 받는 건 불가능했다.

제도 밖에 놓인 이들을 위해 민간 지원이 절실했다. 김씨의 사연을 접수한 SOS위고는 위기 상황으로 판단하고, 지난 1월 약 300만원의 주거 환경 개선비 지원을 긴급 결정했다.

배수관 전체 교체, 주변 침하 지반 정비, 화장실 수리 등이 신속하게 진행됐다. 사연 접수 48시간 만에 공사가 시작됐고, 집 수리는 일주일 만에 마무리됐다.

실내에서 씻을 수 있게 되자 김씨의 청결 상태는 눈에 띄게 개선됐다. 주간활동센터에서 생기던 갈등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봉사단 관계자는 “서영씨가 예전보다 훨씬 밝아졌다”며 웃었다.

김씨는 어눌한 발음이지만 “이제…좋아요.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버지도 허리를 숙이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전국 곳곳에서는 여전히 많은 주거 취약 계층이 제도권 바깥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중 상당수는 장애인 가정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전국 장애인 가구 중 21.3%가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랜드복지재단 관계자는 “SOS위고는 제도 밖 위기 가정을 위해 빠르게 움직인다”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삶을 목표로 구조를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