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이틀 앞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경찰이 탄핵 심판 관련 폭력시위 대비 훈련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로 지정된 4일 경찰 당국이 헌법재판소 인근 및 국회의사당이 있는 서울 여의도, 대통령실 집무실이 있는 용산구, 대법원과 대검찰청 등이 밀집해 있는 서초구 등 서울 도심 전역에 총경급 이상 지휘관 34명과 기동대 210개 중대(약 1만2600명)를 동원할 예정인 것으로 2일 알려졌다. 8년 전인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선고 당시엔 대규모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면서 4명이 사망했었다. 경찰 당국은 이번엔 시위대 동선(動線)을 미리 파악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탄핵 심판 선고 당일인 4일 헌재 반경 150m 이내를 차벽으로 둘러싸고 서울경찰청 산하 기동단장·종로서장·중부서장·혜화서장 등 총경급 지휘관 13명과 기동대 88개 부대(약 5280명)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회의원은 물론 누구도 접근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진공 상태’로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경찰은 대규모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는 종로와 중구 일대에 서울 시내 8개 지역 경찰서장을 직접 현장으로 보낼 예정이다.

내일 탄핵심판 선고… 헌법재판소 주변 봉쇄 - 2일 오후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내부의 모습.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경찰이 헌법재판소 방향 출구를 통제하고 있다. 바리케이드를 치고 '집회 장소로 가는 길 없음'이라고 쓴 현수막을 걸었다. 경찰이 지나가는 시민에게 밖으로 나가는 출구를 안내하고 있다. 경찰은 선고 당일인 4일 안국역을 완전 폐쇄한다는 계획이다. /고운호 기자

경찰은 시위대들이 헌재 선고 직후 판결에 반발해 헌재 인근에서 벗어나 대통령실(용산), 여의도(국회 및 여야 당사), 서초동(대법원·서울중앙지검 등) 등으로 행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놨다. 이를 위해 행진 출발지인 서울 광화문 도심에는 집회 상황에 따라 정해진 위치를 옮겨가면서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유동 기동대’ 30개 부대를 투입한다. 국회와 여야(與野) 당사가 있는 여의도에는 국회경비대장 등 총경급 지휘관 3명과 20개 기동대를 배치한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용산 삼각지와 관저가 있는 한남동 일대로도 시위대가 행진할 수 있다고 보고, 전쟁기념관과 관저 일대 등 5개 지점에 24개 부대를 투입해 우발​ 상황에​ 대비할 방침이다.

경찰은 윤 대통령 탄핵 선고 결과에 따라 서울 도심 인근 미국 대사관 등 주요 시설에 탄핵 찬반 시위대가 불시 집결하는 상황을 가정한 대응 전략도 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됐을 경우 탄핵 찬성 시위대가 헌재나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과 광화문 내 주요 외국 대사관을 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찰은 미·일 및 중·러 대사관 등 주요국 대사관에 기동대 13개 부대를 투입해 경비를 강화할 예정이다.

경찰 당국은 헌재 선고 당일 모여들 수 있는 시위대의 ‘차벽 무력화 시도’에 대해서도 대비 훈련을 실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와이어나 밧줄로 버스를 끌어당기거나, 경찰 버스 하부를 통해 기어 나오는 등 여러 돌발 상황을 가정해 이에 대응하는 훈련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을 향한 시위대의 공격 등 불법 행위가 벌어졌을 시 추후 엄단 수사를 위해 충돌 상황을 채증할 ‘광역 채증 요원’도 70여 명 규모로 운용하고, 기존 기동대 내 채증 요원들을 대상으로도 추가 교육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7년 3월 10일 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일에는 경찰과의 대치 과정에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었다.

그래픽=백형선, 양진경

경찰 요청에 따라 4일 선고일 당일 헌재 인근 고층 건물 18개소 옥상이 전격 폐쇄된다. 경찰은 주변 공사장과 주유소에 대해서도 폐쇄 요청을 해둔 상태다. 경찰은 또 헌재 일대에 드론 촬영을 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일대를 비행 금지 구역으로 지정했다. 수도방위사령부에는 드론이 관측될 경우 즉시 통보해달라는 협조 요청을 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 주요 경호 대상자들에 대한 경호 인력도 증원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에 붙는 인력은 6~7명, 나머지 헌법재판관에 대해서는 3~4명을 경호 인력으로 붙인 상태인데, 선고일에는 경호 인력을 배(倍)로 늘려 재판관을 향한 기습 테러 등에 대비하기로 했다. 경찰은 선고일에 100% 경찰력 동원이 가능한 가장 높은 단계의 비상근무 체제인 ‘갑호 비상’을 발령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