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50사단 영덕서 복구 작업 - 1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에서 육군 50사단 장병들이 산불 피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불길에 새카맣게 타버린 광어 양식장 건물이 보인다. 지난달 영남 지역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로 산림 등 4만8000ha가 불탔다. /김동환 기자

경북 의성, 경남 산청 등에서 번졌던 사상 최악의 산불은 꺼졌다. 산림 전문가들은 조만간 닥칠 ‘3대 리스크(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3대 리스크로 산사태와 재선충, 한식·청명을 꼽았다.

◇산불 지역, 산사태 발생 위험 200배

1일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불이 났던 산은 보통 산보다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200배 높았다.

산림과학원이 2000~2010년 10년간 전북 남원 지역을 대상으로 추적 분석한 결과다.

보통 산은 10년간 전체 면적의 0.05%만 산사태로 무너진 반면, 산불이 났던 산은 10%가 무너져 내렸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산불이 난 산이 산사태에 200배 더 취약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2001~2020년 2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총 1만614건이었는데, 이 중 962건(9.1%)이 산불 피해 지역에서 발생했다. 전체 산지 629만ha 중 산불 피해 면적은 1140ha로 0.02%에 불과했는데 여기서 산사태 10건 중 1건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산속의 나무와 풀 뿌리는 스테이플러처럼 흙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산불로 뿌리가 불타면 비가 조금만 와도 흙이 쓸려 내려가기 쉽다.

산림청 관계자는 “경북에는 소나무 뿌리가 돌덩이를 붙잡고 있는 경우가 많아 아슬아슬한 상황”이라며 “불과 두 달 뒤면 장마철이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번에 산불 피해를 입은 의성 등 지역은 야산 기슭에 민가가 많아 산사태가 나면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2023년 6~7월 경북 예천, 안동 등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21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기도 했다.

채희문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앞으로 두 달간 산불 피해 복구 작업과 산사태 예방 작업을 동시에 할 필요가 있다”며 “통나무와 바위를 산 구석구석에 울타리처럼 쌓으면 응급 처치는 할 수 있다”고 했다.

◇재선충병 창궐 가능성

소나무 재선충병도 문제다. 재선충은 소나무 등 침엽수에 기생하는 약 1㎜ 크기의 벌레다. 나무의 수분 통로를 막아 감염된 소나무는 결국 고사(枯死)한다. 번식력이 강해 재선충 한 쌍이 20일 뒤엔 20만 마리 이상으로 불어난다고 한다.

재선충은 주로 솔수염하늘소를 타고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닌다.

이번 산불이 나기 전 경북 지역은 재선충병이 확산해 골치가 아팠다. 산림청 관계자는 “소나무가 대부분 불에 탔으니 재선충도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라며 “일부 살아남은 솔수염하늘소가 더 빠르게 늘어나 재선충병을 퍼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솔수염하늘소는 죽은 나무 속에 알을 낳는데 알을 낳을 고목이 산불로 늘어어났다. 솔수염하늘소는 불탄 숲 주변의 건강한 숲까지 날아다니며 재선충을 퍼뜨린다. 그리고 불타 죽은 나무에 다시 알을 낳는다.

남성현 전 산림청장은 “산불로 솔수염하늘소가 알을 낳을 수 있는 죽은 나무가 더 많아졌고 천적이나 경쟁자도 사라졌다”며 “불타 죽은 숲을 번식처나 거점으로 삼아 주변의 건강한 숲까지 잠식하는 것”이라고 했다.

산림과학원이 2017년 산불 피해를 본 경북 상주 지역을 조사한 결과 산불 발생 전후 2년 새 솔수염하늘소는 31.3배, 북방수염하늘소는 4.7배가 됐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재선충 확산을 막으려면 죽은 소나무 줄기까지 베어내야 한다”고 했다.

◇청명·한식에 “입산 전면 금지”

오는 4일은 청명, 5일은 한식이다. 청명과 한식에는 성묘하는 사람이 많아 실화(失火) 우려가 크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5~2024년 4월 하루 평균 3.7건의 산불이 발생했는데, 4월 4~5일에는 하루 평균 5건 산불이 났다.

산림청 관계자는 “특히 이번 한식은 주말이라 산을 찾는 성묘객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날이 건조한 데다 바람까지 불어 걱정”이라고 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잇따라 ‘입산 금지’ 조치를 내리고 있다. 대구시는 1일부터 팔공산과 앞산, 아미산 등의 출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경남 창원·진주, 경북 포항 등도 “산불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며 입산을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