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는 4일 열려고 했던 여의도 봄꽃축제 개막식을 8일로 나흘 연기하기로 했다. 여의도 봄꽃축제는 지난해 310만명이 찾은 서울의 대표 벚꽃 축제다.

당초 벚꽃이 50% 이상 필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맞춰 개막일을 4일로 정했다. 그런데 지난 1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일을 4일로 잡으면서 행사에 차질이 생겼다.

갑작스러운 발표에 영등포구는 대책 회의를 열었고 2일 축제를 연기하기로 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축제 장소가 국회 바로 옆이라 선고 당일 국회에 시위대가 몰리면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축제를 일주일 연기해 11일 여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다음 주말이면 벚꽃이 질 가능성이 커 나흘만 미루기로 했다. 결국 올해 벚꽃 축제는 화요일에 시작하게 됐다. 공군 특수 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에어쇼와 개막식 퍼레이드도 취소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대형 산불에 대통령 탄핵 선고까지 이어져 축제가 반쪽이 됐다”며 “축제를 찾는 시민들이 작년보다 훨씬 줄 것으로 보여 속상하다”고 했다.

영등포구뿐이 아니다. 경남 사천시는 4일부터 열려던 ‘비토섬 별주부전 축제’를 한 달 연기하기로 했다. 비토섬 별주부전 축제는 매년 4월 비토섬에서 열리는 축제다. 사천시 관계자는 “탄핵 정국에 축제를 열면 관광객도 줄고 부적절하다고 봤다”고 했다.

사천시는 헌재가 탄핵 인용 결정을 해 6월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되면 축제를 확 늦춰 10월쯤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봄 축제를 가을에 여는 것이다. 사천시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축제를 열면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어 미루려는 것”이라고 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60일 전부터는 지자체가 각종 행사를 열거나 후원할 수 없다. 일부 예외는 있지만 논란을 피하려는 것이다.

경기 고양시도 조기 대선을 치를 경우 오는 25일 열 계획인 ‘고양국제꽃박람회’ 개막식의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 선거법 위반 시비를 없애기 위해 내빈 인사말 순서를 생략할 계획이다. 고양국제꽃박람회에는 지난해 60만명이 찾았다.

지난달 영남 지역 곳곳에 번졌던 산불 여파로 산에서 여는 봄 축제는 대부분 취소됐다. 경남 창원 천주산 진달래 축제, 대구 비슬산 참꽃문화제 등이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안 그래도 지역 경제가 어려운데 축제마저 연기·축소되면 지역 상권이 타격을 입을까 걱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