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경남 하동군 옥종면 옥천관에 마련된 하동 산불 이재민 대피소에서 이재민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지역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구호품 명목으로 쓸 수 없는 물건을 ‘착불’로 보내는 이들이 이재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8일 TBC는 경북 청송 국민체육센터에 들어온 기부 물품 중 쓰레기나 다름없는 물품들을 보고 울분을 터트리는 이재민과의 인터뷰를 전했다.

기부 물품 중에는 맨몸으로 빠져나온 이재민에게 당장 필요한 김치와 휴지 등도 있었지만 차마 사용하기 힘든 물품도 많았다. 낡아서 해진 옷부터 먼지가 가득 묻은 이불, 까만 기름때가 가득한 국자에 코팅이 벗겨져 사용할 수 없는 프라이팬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청송군 파천면에 사는 A씨는 “도와주는 마음은 좋은데, 우리가 뭐 거지도 아니고…”라며 씁쓸해했다.

이재민들이 머무르는 경북 청송 국민체육센터에 들어온 구호품 중 까만 기름 때가 잔뜩 낀 국자의 모습. /SBS

청송군의 한 비영리단체 앞으로는 헌 옷 상자들이 착불로 배송됐다. 비영리단체 관계자는 “쓰레기로 버리는 것들을 전부 다 착불로 보내서 착불비만 70만원 넘는 돈이 나왔다”며 “진짜 눈물이 나고 속이 상한다”고 했다.

청송군으로 모인 구호품 가운데 못 쓰고 버린 양만 무려 11t에 이른다고 한다. 청송군은 쓰레기 처리 비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경북 북부 지역 산불로 피해를 입은 다른 지역 주민 대피소 사정도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경북 지역 산불로 5개 시군에서 주택 4203채가 불에 탔다. 영덕 1508채, 안동 1433채, 청송 770채, 의성 381채, 영양 11채다. 이재민은 3368명이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농축산업 분야에서는 농작물 3862㏊, 시설하우스 689동, 농기계 8249대가 소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