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범죄 영화 ‘야당’의 황병국 감독이 영화 속 등장하는 집단 정사신에 대해 “처음부터 수위를 세게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면서도 “자료 조사 과정에서 마약판이 너무나 참혹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14일 영화계에 따르면, 황 감독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영화보다 더 심한 것들을 많이 들었다. 영화에서는 순화했지만, 그래도 관객이 그것을 보고 충격을 받고 마약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야당’은 수사기관에 마약 범죄 정보를 제공하고, 검거된 마약사범에게 감형 흥정을 해주며 이익을 취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의미하는 마약판 은어다. 국내 기사에서 종종 언급되기도 한다. 이에 따르면, 2020년엔 야당을 끼고 법원에 마약사범의 허위 수사공적서를 제출한 경찰관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범죄 수사에 기여한 제보를 감형 사유로 인정하는 대법원 양형 기준을 악용, 마약사범은 감형받기 위해 제보가 필요하고 경찰관은 승진에 유리한 수사 실적을 쌓는 데 제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번 영화에선 야당이 출세에 목마른 검사와 결탁하는 내용이 담겼다.
황 감독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선 인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끼고 이를 조명한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야당에 대해 “선인도, 악인도, 합법도, 불법도 아닌 ‘필요악’ 같은 느낌”이라며 “뉴스에 나온 국내 큰 마약 사건들은 대부분 야당이 관련돼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영화 자체는 마약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만큼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황 감독은 “마약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전해주고 싶었는데, 그러다 보니 15세 관람가에 맞게 아름답게 그릴 수 없었다”고 했다.
황 감독은 영화 제작을 위해 자료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마약 중독자 사례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했다. 그는 “한 호텔에 마약 범죄자가 있다고 해서 형사가 체포하러 갔는데, 범죄자가 임산부였다더라”고 했다. 또 “마약 치료 센터에 갔을 때는 옆자리에 20대 남성이 있었는데 아이큐(지능지수)가 65라더라”며 “마약을 하면 아이큐가 떨어진다. 이 친구는 아이큐가 낮아 군대를 안 간다더라. 치료를 받으러 왔는데 자기 주머니에서 전화기가 울려도 전화기를 못 찾는다. 옆 사람이 찾아줘야 한다”고 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마약 범죄 에피소드 대부분 역시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실제 사건들을 반영했다고 한다.
황 감독은 마약사범을 검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복귀를 위한 재활 인프라 구축 또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마약과 전쟁을 해서 이긴 나라는 없다. 미국도 많은 돈과 인력을 투여했지만, 더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며 “그래서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유일하게 마약률이 떨어지는 나라가 포르투갈인데 그곳은 담배와 도박처럼 마약도 국가에서 치료해 준다. 검거만 해서 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