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산불로 집 잃은 분들을 보며 가슴이 아팠어요. 우리도 힘들지만, 그분들은 더 힘들잖아요. 이젠 저희가 도울 차례입니다.”
20일 이랜드복지재단에 따르면, 지난달 경북 일대를 덮친 대형 산불의 참상이 뉴스로 전해지자 경기도 포천의 ‘하랑센터’ 단체대화방에는 이 같은 글이 올라왔다. ‘하랑센터’는 다문화가족 지원센터로, 다문화 청소년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방글라데시 등 9개국 출신 청소년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은 산불 피해를 본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었다. 그저 ‘우리도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시작이었다. 이들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비를 모았다” “용돈을 아꼈다” “하루 점심을 굶었다”며 각자의 방식으로 정성을 모았다.
하랑센터 박승호 센터장은 “이 아이들, 차비 아끼려고 비가 오는 날에도 30분씩 걸어서 센터에 오는 친구들”이라며 “어떤 아이는 ‘오늘 점심 안 먹은 돈으로 기부하겠다’며 천 원짜리 지폐를 내밀었다. 그때 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했다.
기부에 참여한 한 학생은 1만원을 내밀며 고개를 푹 숙였다고 한다. 박 센터장이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학생은 “너무 적어서 부끄러워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박 센터장은 아이의 손을 잡고 “이 1만원은 누군가의 10만원보다 훨씬 값진 거야. 네 진심이 담긴 돈이니까”라고 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용돈 3000원을 기부한 학생은 “처음에는 무슨 도움이 될까 싶어서 망설였다”며 “액수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센터장님의 말을 듣고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기부 후 “저도 이렇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쁘다”며 “항상 받기만 했는데, 제가 도울 수 있음에 감사해요.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하랑센터는 진로 멘토링과 긴급 자금 지원 등을 받아온 기관이다. 도움을 받는 입장이었던 이들이 누군가를 돕는 주체로 나선 것이다. 박 센터장은 “아이들이 자신의 소중한 것을 내어놓는 그 순간, 제 마음이 뭉클했다”며 “감사하다는 말로는 정말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를 도운 이 경험은 아이들에게 성장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지난달 말부터 약 2주간 모금을 진행해 총 260만원을 모아 이랜드복지재단에 전달했다. 재단은 이들이 모은 성금을 경북 지역 산불 피해 지역 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하랑센터의 청소년들은 추후 산불 피해 지역을 직접 찾아 봉사활동도 펼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