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명시에서 발생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 붕괴 사고 당일 아침 일찍부터 땅이 꺼졌다는 정황이 나왔다. 아침부터 지반 침하가 시작된 것을 알았는데 오후에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인재(人災)가 아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광명 신안산선 공사장 붕괴 최초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공사 관계자로 추정되는 신고자가 “아침부터 땅 꺼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사고는 지난 11일 오후 3시 13분쯤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5-2공구 지하 터널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터널을 지지하던 기둥이 무너지면서 지상에서 작업 중이던 시공사(포스코이앤씨) 소속 A씨와 20대 굴착기 기사가 매몰됐다. 20대 기사는 구조됐으나 A씨는 사고 발생 5일 후인 16일 숨진 채 발견됐다.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는 사고 전날인 10일 오후 9시 50분 터널 내부 기둥이 파손된 사실을 확인하고 지하에 있던 근로자를 대피시켰다.
녹취록에 따르면 신고자는 11일 오후 3시 11분에 119에 전화를 걸어 “광명시 오리로 97인데요. 신안산선 공사하는데 땅이 꺼져 난리 났어요”라고 신고했다. 그는 “난리가 났다. 땅이 가라 앉았다”는 말을 두세차례 반복했다.
119 관계자가 “그러면 오리로 97 옆으로 가면 보이는 것이냐”고 묻자 신고자는 “여기 길 통제 중이에요. 아침부터 땅 꺼짐이 있어가지고”라고 말했다.
119 관계자가 “근데 더 꺼졌어요?”라고 묻자 신고자는 “네 방금 쾅 소리 폭발음 나고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신안산선 붕괴 사고 수사전담팀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 감리사 소속 현장 관계자 등 총 3명을 21일 형사 입건했다.
경찰은 확보한 방범카메라 영상과 근로자 진술을 토대로 붕괴 조짐부터 실제 사고 발생까지의 경위를 면밀히 재구성 중이다. 포스코이앤씨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설계도 등 각종 서류도 분석 중이다.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직후 해당 구간에 공사 중지 및 진입 금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채현일 의원은 “아침부터 이미 땅이 꺼지는 걸 알았는데 오후에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인재”라며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