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치란 이름의 동물을 들어보셨나요? 강치는 우리나라 독도에 서식했던 바다사자를 가리키는 말이에요. 물갯과에 속하는 바다사자는 세계적으로 3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우리나라와 러시아 연해주, 일본 연안에 서식하는 독도 바다사자(강치)와 북미 캘리포니아 바다사자, 그리고 남미 갈라파고스 군도에 서식하는 갈라파고스 바다사자가 있습니다. 강치 수컷의 몸무게는 약 490㎏에서 560㎏까지 나가며 몸길이는 240㎝ 정도예요. 세 종류의 바다사자 중에서 가장 체구가 크지요. 몸은 뒤쪽으로 갈수록 뾰족한 방추형으로 미끈한 곡선 형태입니다. 가늘고 조그마한 귀와 짧은 꼬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네 개의 발은 물속에서 적응하기 위해 잘 진화해 물고기 지느러미와 같은 모양이에요. 주로 오징어와 명태, 정어리 등을 잡아먹으며 무리 지어 생활하죠.
독도는 과거 강치처럼 바다에 사는 포유류의 천국으로 불렸어요. 조선시대 역사책인 정조실록에도 강치가 나오는데요. 당시 독도를 ‘가지도’라고 부르고 강치를 ‘가지어’라고 했어요. 그만큼 독도에 강치가 많이 살았다는 뜻이죠. 그런데 강치는 일제강점기에 일본 어부들이 무분별하게 사냥하면서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었어요. 1904~1956년까지 강치 1만6000여 마리가 잡혔다고 해요. 강치 새끼들까지 서커스단에 팔려가기도 했어요. 강치 가죽으로 만든 가방이 파리박람회에서 상을 받으면서 강치 가죽 등이 큰 인기를 끌어 가격도 대폭 올랐다고 해요. 당시 강치 한 마리 값이 소 열 마리와 같았다고 합니다. 결국 무분별한 포획으로 강치는 1974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생포된 것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어요.
지난해 울릉도 인근에서 어부들이 강치로 추정되는 물개를 발견했는데, 조사 결과 강치가 아닌 북방물개로 확인됐어요. 2013년에도 경상북도 울진군 해변에서 탈진한 강치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왔지만, 마찬가지로 북방물개였죠.
우리나라는 강치를 복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국내에 서식하던 강치의 DNA, 즉 유전 정보를 명확하게 확립해야 강치를 복원할 수 있는데요. 강치의 유전정보와 독도와 비교적 가까운 북한 또는 러시아에 사는 바다사자의 유전정보를 비교한 다음 이들이 강치와 유전적으로 비슷할 경우 독도로 데려와 복원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최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는 독도에서 채취한 강치 뼈를 분석해 유전자 정보를 등록했어요. 앞으로 독도 바다사자 복원을 위한 조사와 연구가 지속적으로 추진된다면 머지않아 독도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에서도 강치를 볼 수 있는 날이 올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