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주도에서 제주마(濟州馬)에 전염성자궁염 검사를 처음 시행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이 병은 암컷이 걸릴 경우 임신을 못 하거나 뱃속 새끼를 유산할 수도 있는 전염병인데요. 그동안 야생성이 강한 제주마는 이 검사를 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최근 제주마 수출이 늘어나며 위생 기준도 엄격해졌다고 해요. 오늘은 ‘제주도 조랑말’로 더 잘 알려진 제주마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가축으로 길들여진 말은 전 세계적으로 여러 품종이 있는데요. 우리가 알고 있는 ‘조랑말’은 별도의 종이 아니라 어깨높이가 147㎝에 못 미치는, 작은 덩치의 말을 아우른답니다. 제주마는 암컷의 경우 어깨높이가 113~127㎝, 수컷은 121~128㎝로 조랑말 중에서도 작은 편이에요. 예로부터 몸집이 작아 과일나무 아래를 지나갈 수 있다는 뜻에서 ‘과하마(果下馬)’라고도 불렀답니다.
비록 덩치는 크지 않지만 강인한 체력과 지구력을 가진 데다가 성질도 거칠지 않아 오랜 세월 인간 생활에 여러모로 큰 도움을 줬다고 해요. 제주도의 옛 신화에 망아지가 등장하고, 선사 시대 유적에서 말의 화석 등이 발견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주도에서 청동기 시대 이전부터 사람이 말을 길들였을 수 있다고 학자들은 얘기해요. 지금의 토종 제주마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족보가 만들어진 거죠.
조선 시대에 이르러 제주도는 대표적인 말 공급처가 됐답니다. 당시 사람이 말을 타고 공문서를 멀리 전달하는 ‘파발’이 통신 수단으로 널리 쓰이면서 전국적으로 말 수요가 많았거든요. 특히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국토가 황폐화되면서 군대에 동원할 말이 부족했을 때 제주마들이 육지로 올라가서 전쟁터에서 큰 활약을 했지요. 제주마는 엉덩이가 몸보다 높거나 같은 높이에 있고, 발목의 둘레는 굵고 몸의 폭은 좁답니다. 작지만 아주 단단하다는 느낌을 주죠. 제주마는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아주 강하고, 무거운 짐을 싣고도 다른 말보다 오래, 멀리 갈 수 있대요. 이런 특성 때문에 일제강점기엔 태평양 전쟁에 동원되기도 했답니다.
제주마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털 색깔이랍니다. 경마장에서 달리는 말들은 대부분 갈색이나 검은색이죠. 달리는 능력이 좋은 말들만 골라서 교배하다 보니 털 색깔이 단순해진 거랍니다. 그런데 제주마는 인위적인 교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은색·붉은색·갈색·얼룩무늬 등 털 색깔이 40여 개에 이른답니다. 갓 태어난 망아지는 검은색 또는 갈색이지만 성장 과정에서 털갈이를 하면서 다채로운 털 색깔을 갖게 돼요.
전쟁에 말이 사용되지 않으면서 오늘날엔 말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었는데요. 제주마는 제주도에서 열리는 경마 경기에 출전하거나, 식용으로 길러지기도 해요. 1980년대부턴 제주마의 명맥이 끊길 위험에 처해 이를 보존하고 혈통을 이어가려는 국가 차원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어요. 제주특별자치도 축산생명연구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제주마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엄격히 보호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