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를 위한 서양미술사
노성두 지음 l 출판사 다른 l 가격 1만4000원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볼 때 그것에 관한 지식을 풍부하게 갖추고 있을수록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보는 만큼 알게 된다’라는 말도 가능합니다. 무엇이든 많이 자주 볼수록 그것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자라나게 됩니다. 이런 두 말에 가장 적합한 분야가 미술입니다. 미술사가인 저자가 쓴 이 책의 부제목은 그래서 ‘미술관 가기 전’입니다. 미리 알고 가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어느 분야든 그러하지만 미술 작품과 미술가도 시대 배경이 중요합니다. 이 책은 그러한 시대 배경을 충분히 설명합니다. 이탈리아 화가 보티첼리(1445?~1510)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은 미의 여신 비너스가 바다에서 태어나 사랑의 섬 키프로스에 도착하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당시 보티첼리는 피렌체의 인문학자 폴리치아노에게 비너스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시 피렌체에서는 금융업으로 큰돈을 번 메디치 가문이 고전과 철학을 연구하는 학자와 재능 넘치는 예술가를 후원했는데, 보티첼리와 폴리치아노는 바로 그 후원을 받으며 만나 우정을 쌓았습니다. 피렌체 가문 로렌초 대공은 “사람은 사라져도 예술은 남는다”는 신조를 따르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니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걸작은 인문학과 미술이 만난 결과였습니다.
페테르 루벤스(1577~1640)가 죽기 2년 전에 그린 ‘전쟁의 결과’는 칼과 방패, 갑옷으로 무장한 전쟁의 신 마르스가 불화의 여신에게 이끌려 야누스 신전의 문을 박차고 나오는 순간을 묘사했습니다. 그는 왜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요? 종교 간 다툼과 외세에 대한 저항 운동으로 일어난 30년 전쟁은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과 함께 끝났습니다. 루벤스는 이러한 평화의 시작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전쟁과 재앙의 시대가 낳은 그림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서양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그는 생전에는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화가였습니다. 100여 년이 지나고 우리는 고흐를 ‘천재 화가’라 부르지만, 살아 있을 때는 그림은 단 한 점밖에 팔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루에 아침 한 끼만 먹으며 한 달을 버텨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저자는 고흐의 그림이 우리에게 포기하지 않는 희망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다고 말합니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미술 작품들을 보러 외국까지 가기는 어렵더라도, 우리가 사는 곳과 가까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보는 건 어떨까요. 저자는 이렇게 권합니다. “우리는 미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창조의 과정에 대해서 너무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요. 감동적인 명작 뒤에는 반드시 창작자의 땀과 수고와 끊이지 않는 노력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