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언맨’을 기억하시나요?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가슴에 소형 원자로를 장착하고 있지요. 사실 이 원자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거대한 원자력 발전소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바로 ‘핵융합’ 발전 방식에 기반한 것이지요.
핵분열 발전소와 핵융합 기술
먼저 원자력 발전소가 어떻게 전력을 만드는지 간단히 설명할게요. 원자력 발전은 ‘핵분열’ 반응을 이용합니다. 당구를 생각해보세요. 당구를 시작할 때는 한 공을 세게 쳐서 중앙에 모여 있는 당구공들을 흩어지게 하지요. 핵분열 반응도 마찬가지예요. 중성자를 우라늄-235 원자핵에 강하게 충돌시키면, 이 원자핵이 더 작은 원자인 ‘바륨’과 ‘크립톤’으로 쪼개져요. 결합이 깨지는 과정에서 원자핵 안의 질량 일부가 에너지 형태로 바뀌게 됩니다.
우라늄-235 원자핵 1개가 분열될 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약 2억 전자볼트예요. 같은 무게의 석유나 석탄이 탈 때 발생하는 에너지의 약 300만배 수준입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원자핵 하나가 쪼개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중성자가 방출되고, 이 중성자가 또 다른 우라늄-235 원자핵을 쪼개며 연쇄적인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요. 핵분열 물질이 고갈될 때까지 막대한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핵융합은 핵분열의 정반대 방식으로 에너지를 얻습니다. 핵융합 반응은 두 개의 원자핵이 충돌하며 하나의 원자핵으로 융합되면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두 개의 원자핵이 하나로 합쳐질 때도 질량 결손이 생기는데요. 이때 감소한 질량이 에너지로 바뀌어 방출됩니다. 핵융합 반응은 핵분열 반응보다 약 7배나 많은 질량이 결손되는데요. 바꿔 말하면 핵융합 반응으로 얻는 에너지가 7배라는 이야기지요. 이 때문에 여러 나라가 핵융합 기술 연구에 나서고 있답니다.
지구에 인공 태양 만들기
핵융합 반응은 바로 태양에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답니다. 태양은 셀 수 없이 많은 수소 원자핵이 담겨 있는 ‘용광로’와 같아요. 이 수소 원자핵들이 고온·고압 환경에서 쉴 새 없이 서로 충돌하면서 융합해 헬륨 원자핵이 되죠. 이 과정에서 수소 원자핵의 질량 일부가 에너지로 전환되며 태양의 빛과 열 에너지를 만들어내요.
이 때문에 세계 곳곳에선 ‘인공 태양’과도 같은 핵융합 장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실제 핵융합 발전 장치를 만들려면 극복해야 할 기술적 난관이 많습니다. 먼저 핵융합 발전엔 초고온 환경이 필요해요. 수소 원자핵은 서로를 밀어내는 성질을 지니고 있어요. 이 때문에 자연 상태에서는 서로 결합하기 어렵습니다. 원자핵이 서로 합쳐지려면 강한 에너지를 가진 상태로 충돌해야 하고, 강한 충돌이 있으려면 그만큼 빠르게 움직여야 하죠. 입자의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높은 온도에서 더 활발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을 거예요. 따라서 서로 밀어내려는 성질을 이겨낼 정도의 초고온 환경을 만들려는 거죠.
태양은 중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약 1000만도에서도 핵융합 반응이 일어납니다. 강한 중력으로 인해 밀도가 높아지니, 거리가 가까운 만큼 입자 간 충돌이 쉬워지는 것이죠. 그런데 중력이 낮은 지구에서는 핵융합에 필요한 온도가 1억도까지 높아집니다. 핵융합 반응은 ‘플라스마’ 상태에서 일어납니다. 기체는 눈에 안 보이는 작은 입자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는 상태인데, 여기서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그 입자들이 전자와 원자핵으로 분리돼 따로 떠다니는 플라스마 상태가 되지요. 원자핵끼리 직접 충돌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거예요. 일반적인 기체 상태에선 원자핵이 전자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핵끼리 직접 충돌하기가 어렵답니다. 플라스마 상태는 1만 도 이상의 고온이거나, 강한 전기장이 만들어져 입자들이 서로 빠르게 부딪치는 경우 등에 만들어집니다.
태양은 그 자체가 초고온의 플라스마 덩어리입니다. 지구는 그렇지가 않죠. 1억도의 온도를 내는 물질이 근처에 있으면 모든 게 다 타버리고 말 거예요. 그래서 이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안전하게 담고 있을 그릇이 필요합니다. 이 그릇이 바로 토카막(Tokamak)이라고 하는 도넛 모양의 장치입니다. 플라스마는 전기장과 자기장에 민감하게 반응해 움직입니다. 이 장치에 초전도 자석으로 자기력선을 만들고, 가열 장치를 이용해 플라스마의 온도를 높입니다. 그러면 자기장 장치에 갇힌 플라스마가 도넛 모양 경로를 따라 회전하며 핵융합 반응을 하게 되지요.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발전기의 터빈을 돌리는 거예요.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어요. 아직 세계 어느 국가도 30분 이상 플라스마 온도를 1억도로 유지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죠. 중국이나 프랑스가 1000초를 넘긴 상태고, 우리나라는 플라스마의 불순물을 최대한 제거해 핵융합 효율을 높이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어요.
핵융합 상용화해 ‘청정 에너지’ 얻기
민간 기업들도 핵융합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든 빌 게이츠,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같은 ‘IT 거물’들도 나서고 있죠. 인공지능(AI) 사용 증가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화석 연료 대신 새 에너지원에 관심을 갖는 거죠.
핵융합 발전의 핵심 연료인 중수소는 바닷물 안에 거의 무한에 가까울 만큼 존재합니다. 바닷물 1L에 중수소 0.03g이 담겨 있는데, 이 정도면 휘발유 300L와 같은 에너지를 만들 수 있어요. 욕조 하나 분량의 바닷물로 한 가정집이 80년 동안 쓸 수 있는 전력을 만들 수 있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