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동에 있는 나라 이란에서 지금껏 발견된 적이 없는 새가 나타나 화제가 됐대요.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몸의 빛깔이 단조로워 보이는 새가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었는데요. 이 새를 유심히 보면 여러 가지 색의 깃털을 볼 수 있어요. 날개와 등은 짙은 회색, 배는 흰색이고요. 똘망똘망한 검은 눈 주변은 금테 안경을 쓴 것처럼 노란색을 띠고 있어요. 길쭉하게 삐져나온 꼬리 깃털의 끝 부분은 희미한 흰색이 보였죠.
이 새의 이름은 ‘흰꼬리딱새’랍니다. 몸길이는 17㎝로 참새보다 약간 커요. 얼핏 생김새로 보면 숲이나 공원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산새 같아요. 작고 귀여운 생김새와 달리, 엄청난 비행 능력의 소유자랍니다. 시베리아 지역에서 번식을 하고 겨울철이면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수천㎞를 내려와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월동을 하죠. 그리고 번식을 하기 위해 다시 시베리아로 향하고요. 그 이동 경로에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이란이 있어요.
이렇게 시베리아에서 인도·동남아시아·오세아니아로 이어지는 하늘길을 이용하는 철새만 370여 종에 달한대요. 기러기 등 많은 철새는 이 하늘길을 지나가면서 해발 4000~1만m의 높이로 비행하는데 비해 흰꼬리딱새는 비교적 낮은 2000m 높이로 비행하죠.
흰꼬리딱새의 영어 이름은 ‘타이가 플라이캐처(Taiga flycatcher)’인데 ‘타이가’는 시베리아 등 북반구의 추운 지방에 발달한 빽빽한 침엽수림 지대를 말한답니다. ‘플라이캐처’는 벌레잡이라는 뜻이에요. 딱새 무리는 세계에 350여 종이 알려져 있는데요. 많은 무리의 영어 이름에 ‘플라이캐처’가 들어간답니다. 그 이유는 딱새 무리가 날아다니는 곤충을 즐겨 먹기 때문이라고 해요.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가 근처로 곤충이 날아오면 순식간에 날아가서 잡은 뒤 다시 앉아 있던 자리로 돌아오곤 하죠.
우리나라엔 딱새·긴꼬리딱새·검은딱새 등 20여 종의 딱새가 텃새 혹은 철새로 살고 있어요. 어떻게 딱새라는 이름이 생겨났는지 어원이 정확하게 알려진 것은 없지만 길쭉한 꼬리 깃털을 까딱까딱 움직이는 모습에서 이 같은 이름이 붙은 게 아닌가 추정되죠. 우리나라에서 흰꼬리딱새는 먼 하늘길을 이동하는 중에 쉬어가기 위해 들르는 ‘나그네새’로, 드물게 모습을 보이죠.
딱새 무리는 생김새와 깃털 색깔이 엇비슷해 새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경우가 아니면 한눈에 구분하기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흰꼬리딱새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는데, 바로 수컷의 ‘혼인색’이랍니다. 새나 물고기 등 일부 동물은 번식철이 되면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독특한 몸 색깔을 띠는데 이를 혼인색이라고 해요. 흰꼬리딱새는 턱밑 부분에 발그레한 주황색을 내요. 앙증맞고 귀엽게 보이지만, 사실은 “나는 멋진 사랑을 할 준비가 돼 있는 건강한 수컷이오”라고 뽐내는 거랍니다. 암수가 짝을 맺으면 마른풀과 잎사귀, 이끼 등으로 둥지를 짓는데요. 이때 둥지를 짓는 건 온전히 암컷의 몫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