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N블랙야크 강태선 회장은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엄마 품을 찾는 마음으로 야크마을에 와서 즐기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박상훈 기자

“제주도민과 전 세계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베이스캠프가 됐으면 합니다.”

아웃도어 토종 브랜드 BYN블랙야크의 강태선(73) 회장이 최근 1000억원을 들여 제주 서귀포시에 휴양단지 ‘야크마을’을 개관했다. 강 회장은 지난 15일 야크마을 완공식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조용히 치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산악인 엄홍길 대장 등 소규모 인원만 참석했다.

야크마을은 서귀포시 색달동 일대 약 10만㎡ 규모에 컨벤션센터, 세미나실, 카페와 숙박 시설을 갖췄다. 제주도가 고향인 강 회장이 어릴 때 고사리를 꺾고 소를 방목했던 지역이다. 기존 부지에 있던 암석원과 감귤밭을 살려 영농 체험공간, 둘레길, 캠핑장 등 친자연공간 콘텐츠로 구성했다. 여기서 발생하는수익은 전액 지역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강 회장은 ‘1평(坪)의 기적’을 이룬 사업가이자 산악인으로 통한다. 그는 “거창한 것도 아닌데 알리고 싶지 않았다”고 했지만 완공식에서 지난 50년을 회고하며 눈물을 글썽였다고 한다. 서울 동대문 1평(3.3㎡) 노점에서 시작해 3만여 평 야크마을을 조성한 것에 감정이 복받쳤다고 했다.

강 회장은 1993년 네팔 히말라야 첫 등정에서 야크라는 동물의 존재를 알았다. 그는 “베이스캠프로 이동할 때마다 해발 3000m 이상 고지대에 사는 야크의 도움 없이 히말라야 등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30차례 히말라야 원정 중 7000m 이상 고봉(高峰)을 10차례 갔는데 늘 야크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야크는 평생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동물입니다. 우유로 식량을 주고, 털로 옷을 주고, 똥으로 땔감을 주고, 밭을 갈아서 노동을 제공하고요. 이런 야크의 삶을 보면서 블랙야크라는 브랜드를 만들었고, 결국 인생 목표 중 하나인 ‘야크마을’을 건립했어요.”

강 회장은 중2 때 담임선생님과 한라산 백록담을 처음 등정하면서 산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한라산 50차례, 히말라야는 30차례 등정했다. 그는 “한라산은 엄마 품처럼 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고, 히말라야는 인생의 광대한 꿈을 갖게 한다”고 했다.

강 회장은 1971년 제주에서 무작정 상경했다. 서울엔 산이 많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에 왔다가 눌러앉았다. 동대문시장, 평화시장, 남대문시장을 전전하면서 알코올버너와 군복을 팔았다. 직접 미싱을 하면서 한국 최초 등산 배낭을 만들어 팔다가 사업 실패도 겪었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았다. 1994년 블랙야크로 상호를 바꾸고 연 최대 매출 6500억원(2013년)을 기록했다. 그는 “인생의 나락에 빠졌다가 일어선 것이 동대문 종로5가 321-25 번지, 1평의 베이스캠프였다”면서 “50년이 지난 지금도 1평이 준 인생의 경험을 떠올리기 위해 그곳을 찾곤 한다”고 했다.

강 회장은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며 “야크마을이 산악인은 물론 제주의 다문화 가정, 소외된 계층의 결혼식 그리고 그들이 희망과 꿈을 향해 나가도록 하는 장이었으면 한다”고 했다. 또 “제주인들이 세상을 향해 꿈을 지피는 무대가 되고, 육지인들이 와서 인생을 설계하는 베이스캠프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강 회장은 “야크마을을 중심으로 블랙야크의 나눔재단, 장학재단과 연계해 소외 계층을 지원하는 사업을 계속할 계획”이라며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엄마 품을 찾는 마음으로 와서 즐기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