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방을 기념해 지난 2022년 5월 18일 청와대 춘추관 앞에서 김대균 씨와 한산하, 신재웅, 우정운 씨가 줄타기 공연을 하는 모습./줄타기보존회

3m 위 허공, 3cm 남짓한 아슬아슬한 줄 위에 발 끝으로 춤을 춘다. 해금, 피리 둘, 대금, 장구, 북 등 삼현육각(三絃六角) 편성 음악에 어릿광대가 가세한다. 소리, 재담까지 더해지면 국가무형유산 줄타기가 된다. 하지만 2016년 국가긴급보호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소멸 위험에 처한 전통 유산에 내려지는 조치다. 이수자들이 없는 탓이었다.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줄타기가 최근 3명의 젊은 이수자들을 배출했다. 2021년도엔 신재웅(29)씨와 우정운(27)씨 그리고 작년 한산하(20)씨까지. MZ세대 줄타기 이수자들이다. 이들 덕분에 줄타기는 작년 8월 긴급 보호 종목에서 해제됐다. 이수자는 혼자서 1시간 내외 분량의 줄타기 공연을 해낼 수 있는 단계, 적게는 8년 길게는 10년간의 훈련을 거친 베테랑들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과천 줄타기보존회 사무실에서 이수자 한산하씨와 신재웅씨, 그리고 이들의 스승이자 줄타기 보유자인 김대균씨를 만났다.

신재웅씨가 줄을 타는 모습./줄타기보존회

막내 한산하(20)씨는 초등학생이던 10살에 줄 위에 올라 10년간 매일같이 줄을 탔다. 한씨는 “365일 중 360일은 줄을 탔다”며 “줄 위에서 하는 기예뿐 아니라 소리, 춤, 재담까지 네 가지 요소가 결합돼 온전한 공연을 올릴 수 있을 수준이 됐을 때에 비로소 이수자 시험을 권유해주신다”고 했다. 신재웅(29)씨는 9년째 줄타기를 배우고 있다. 군 복무 기간 중에도 휴가 때마다 과천에 있는 줄타기 연습장을 꼬박꼬박 찾았다. 신씨는 “선생님께서 학습에 때가 있다고 하셔서 그 말을 가볍게 듣지 않았다”고 했다.

이수자를 배출하기까지는 24년째 유일한 줄타기 보유자인 김대균(57) 씨의 노력이 있었다. 김 씨는 ‘긴급 보호’ 상태였던 지난 6년의 시간이 뼈 아픈 시간이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 6년간 긴급보호라는 꼬리표 달고 있는 기분이었다”며 “긴급 보호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었는데, 젊은 이수자들이 배출돼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그리고 “제자들이 큰 예술적 동량으로 성장해 ‘큰 광대’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웃음 지었다.

한산하씨가 줄타기 공연하는 모습./줄타기보존회

신재웅씨와, 우정운씨, 한산하씨가 아직 무형유산 보유자로 인정받기까지는 갈 길이 많이 남았다. 국가유산청에서 지정하는 보유자가 되기 위해서는 전수자, 이수자, 전승교육사의 단계를 거쳐야한다. 수 차례의 단계를 거친 뒤에야 보유자로 인정 받을 수 있다. 김대균 씨는 “외줄 위 허공에서 걷고 뛰려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줄타기는 기예뿐 아니라, 춤, 재담 등 습득해야 할 요소가 많은 종합예술이다”고 했다. 김 씨의 추후 목표는 취약 위기에서 벗어나 완전한 전승 기반을 갖추는 것이다. 김씨는 “이수자 10명을 목표로 해서 취약 종목을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젊은 이수자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만의 줄판’을 만들어내는 것. 한산하씨는 “항상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시는 건데 너희는 너희만의 줄타기를 만들어야 된다고 한다”며 “어떤 장르와 어떻게 결합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저만의 줄판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신재웅씨는 “줄타기는 국가 유산인 만큼, 자부심을 느끼며 줄 위에 오른다”며 “헛된 꿈처럼 들리겠지만, 줄타기도 마치 요가나 필라테스처럼 대중적으로 일반인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며 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