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으로 인천 남동구와 맞닿은 경기도 시흥시는 해수욕장 하나 없는 도시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거센 가운데에서도 최근 새로운 서핑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해 10월 문을 연 ‘웨이브파크’ 덕이다.
지난 9일 오전 11시쯤 찾아간 시흥시 웨이브파크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서핑족이 여럿 보였다. 파도를 타려는 서퍼들은 수상 보드에 몸을 기댄 채 물 위를 둥둥 떠다녔다. 파도가 다가오자 잽싸게 보드 위에 올라타 파란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파도를 타는 대신 수영을 하며 여름의 강렬한 열기를 식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웨이브파크는 전국 유일의 야외 인공 서핑장으로 크기가 축구장 23개 넓이인 16만6613㎡(약 5만400평)다. 외관은 용인 캐리비안베이 같은 대형 워터파크와 비슷하다. 서핑장, 스킨스쿠버다이빙, 레저 강습장, 선베드·카라반 등을 갖춘 시설이다.
이 중 핵심인 서핑장은 거대한 부채꼴 해변 같은 모습이다. 해변부터 서핑장 끝까지 길이가 240m에 달한다. 서핑장에 들어갈 때면 이용객들은 마치 시원한 바다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서핑장 바깥 쪽에는 그늘막과 일광욕 기구 등을 일렬로 배치해 마치 해수욕장을 도심지에 고스란히 옮긴 듯한 모습을 갖췄다.
이 서핑장에는 특히 8초마다 인공 파도가 쉬지 않고 몰아쳐 서퍼들을 설레게 한다. 서핑장 한복판에 위치한 특수 장비가 총 18가지 다양한 파도를 만든다. 미국 와이키키, 말리부 등 유명 서핑 지역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파도를 시흥에서 즐길 수 있다. 예를 들면 최고 높이 2.4m에 이르는 대형 파도가 일거나, 동굴 형태를 한 ‘배럴’ 파도도 이색적이다.
4년 차 서퍼 박예지(29·인천)씨는 “저 멀리 동해까지 가지 않더라도 수도권에 제대로 된 서핑장이 생겨서 반갑다”면서 “실제 바닷가 서핑장과 달리 그날 날씨와 파도 상태를 신경 쓰지 않아도 서핑을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시흥시는 동해 여러 도시처럼 길게 뻗은 백사장 하나 없다. 하지만 수도권 최고 해양 레저 단지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흥시는 월곶항부터 오이도항으로 이어지는 서해와 맞닿은 해안선, 과거 간척 사업으로 생긴 시화호 일대를 활용하기로 했다. 작년 10월에 개장한 웨이브파크를 시작으로 향후 5년 내 요트, 수영, 카누, 스킨스쿠버다이빙 등 해양 레저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빼곡하게 들어설 예정이다.
우선 월곶항과 오이도항은 서해로 향하는 어업 종사자들과 바다에서 요트를 즐기려는 이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허브로 만들 계획이다. 정부와 경기도가 이미 월곶항에 약 300억원, 오이도항에 약 282억원 등을 투자해 낙후한 어항 시설을 정비하고 배가 자유롭게 오갈 물길을 만들고 있다.
웨이브파크가 자리 잡은 시화 멀티 테크노밸리(MTV) 일대에선 현재 대형 요트 선착장을 조성 중이다. 총사업비 370억원을 들여 2024년까지 완공하는 게 목표다. 시화호에서 대형 요트부터 작은 카누까지 다양한 배를 탈 수 있다. 총 약 90척의 요트 보관 장소와 실외 교육장 등도 들어선다. 해변에는 총 약 2000실 규모의 호텔 5곳을 짓는다.
내년 하반기에는 35m 깊이 실내 스쿠버다이빙 풀장이 완공된다. 또 관상어 박물관인 ‘아쿠아펫랜드’, 해양생태과학관도 추진 중이다.
이와 별도로 해안선과 맞닿은 배곧지구에는 해양 레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연구 단지도 조성한다. 배곧지구에는 외국인 투자에 세제 혜택을 주는 87만8063㎡(약 26만5000평)규모 경제자유구역도 있어 향후 발전 가능성도 크다는 게 시흥시 주장이다.
시흥시는 또 외부 관광객들이 편리하게 찾아올 수 있는 교통편도 강점으로 앞세운다. 서울 지하철 4호선이 닿고, 서해선, 분당선 등도 지역을 관통한다. 2025년 월곶~성남 판교선, 2024년 신안산선 등이 완성된다.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중 안산~인천 구간이 조성 중이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미국 마이애미나 부산 해운대 같은 도심형 해양 레저 단지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해양 레저 도시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