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이스타항공 승무원 채용 비리’ 사건으로 사전 구속 영장이 청구된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후 2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법정에서 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채용 청탁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재빨리 법정으로 향했다.

앞서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 권찬혁)는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에 대해 업무 방해 혐의로 사전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최종구 전 이스타항공 대표도 같은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다.

이 전 의원은 최 전 대표 등과 함께 승무원 채용 과정에서 인사팀에 특정 지원자를 추천하는 등 채용 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의원 등이 2015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점수가 미달하는 지원자 120여명을 채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이 기간 승무원 500명가량을 채용했는데, 전체 채용 인원의 24% 정도가 부적절한 채용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2014년부터 2015년 상반기에도 이 전 의원 등이 정치인 등에게 청탁을 받아 부정 채용에 개입한 정황을 확보했지만 공소시효 만료로 구속영장 범죄사실에는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지법은 현재 이 전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구속 여부는 밤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선 권찬혁 부장검사가 직접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할 정도로 이 전 의원 구속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검찰은 부정 채용 규모가 크고 증거 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이 전 의원에 대한 구속 수사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 전 의원 측은 “채용 정원에서 30%를 지역 인재로 뽑았는데, 그 과정에서 추천을 받았을 뿐 청탁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 주식을 헐값에 팔아 회사에 수백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지난 6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오늘 구속이 결정되면 4개월 만에 다시 교도소에 수감된다.

이스타항공 자금 배임·횡령으로 전주교도소에 수감됐었던 이상직 전 의원이 지난 6월 30일 전주교도소에서 보석으로 석방됐다./뉴시스

이 전 의원은 작년 4월 한 시민단체에 의해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됐다. 이 사건은 서울남부지검에 배당됐다가 서울 강서경찰서로 이첩됐다. 경찰은 지난 3월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남부지검이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지난 7월 다시 무혐의로 판단했다. 그러자 검찰은 이 사건을 이 전 의원이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타이이스타젯(태국 저비용 항공사) 관련 배임 의혹을 수사 중인 전주지검으로 보냈다.

전주지검은 이스타항공 승무원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지난 8월 재수사에 착수했다. 그동안 이 전 의원과 최 전 대표 자택, 이스타항공 사무실 2곳 등을 압수 수색하고 관련자를 소환 조사했다.

이 사건은 지난 4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에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이원욱·양기대 의원이 연루됐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이다. 윤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 이원욱·양기대 의원의 이름이 ‘추천인’란에 적힌 이스타항공 2014년 수습 부기장 입사 지원자 명단을 공개했다. 윤 의원은 “한 전 총리 관련된 분은 채용 과정에서 70명 중 70등을 했다”면서 “이원욱·양기대 의원이 관련된 인물은 각각 70명 중 42등, 132명 중 106등을 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이 언급한 70명은 1차 면접 인원이며, 최종 합격자는 20명 정도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했고, 양기대 의원도 “취업 청탁을 한 적 없다”고 했다.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이원욱 의원도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