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전세사기 사건 중 처음으로 범죄집단조직죄가 적용돼 추가로 재판에 넘겨진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의 주범인 피고인이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다른 재판에서 다투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인천지법 형사 14부(재판장 류경진) 심리로 5일 열린 재판에서 사기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A(61)씨의 변호인은 “다른 재판에서 사기죄 성립이 가능한지 다투고 있다”며 “(전세보증금 등을)가로챌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횡령 혐의에 대해선 “큰 틀에서는 (횡령 혐의를)인정하지만 추후 (인정하지 않는 부분과 관련한) 법리를 제시하겠다”고 했다. A씨에게 적용된 범죄집단조직 혐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A씨는 이에 앞서 전세사기 범행으로 지난 3월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은 지난 6월 기소된 그의 2차 사건과 관련한 첫 공판이었다.
A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533채의 전세 보증금 430억원을 세입자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A씨 일당의 범죄 혐의액수는 지난 3월 첫 기소 당시 125억원(161채)이었으나 추가 수사를 거쳐 3배 이상 증가했다. 범행 가담 인원수도 애초 10명 이외에 바지 임대인,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자금관리책 등 25명이 추가됐다. 검찰은 2차로 기소한 피의자 35명 가운데 A씨를 포함한 18명에게는 범죄집단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전세사기 범행을 저지른 일당이 범죄집단조직 혐의로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 피고인이 A씨를 비롯해 35명이나 되고 적용된 혐의가 다르다는 점 등을 고려해 사기 혐의, 범죄단체조직 혐의,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분리해 재판을 속행하기로 했다.
이날 재판에선 피고인들에 대한 생년월일, 주소지, 등록기준지 등 인정신문만 30분 넘게 진행됐다.
재판부는 “변호인을 통해 의견서를 낸 피고인들은 사기 부분을 제외하고 횡령, 사문서위조,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은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사기나 범죄조직죄 인정 여부 등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 중 사기 혐의로 다른 재판을 받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해당 재판 내용 중 원용할 수 있는 부분은 원용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