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민 2600만명이 매일 버리는 쓰레기는 태우거나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에 묻는다. 몰려드는 쓰레기에 빈자리가 줄어 이제 추가 매립지를 확보해야 할 상황이지만 ‘매립지는 혐오시설’이란 인식 때문에 매립지 확보가 어렵다.

이 많은 쓰레기, 언제까지 묻을 수 있을까 -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수도권 곳곳에서 수거한 쓰레기가 쌓여 있는 모습.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정부가 3000억원 인센티브(보상)를 내걸고 매립지를 조성할 지방자치단체를 찾고 있지만 공모 마감을 5일 앞둔 20일까지도 지원한 수도권 시군구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에도 매립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2021년 1월과 5월에 이어 세 번째 무산이다. 환경부와 수도권 지자체들 사이에서 “이 정도면 백약이 무효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20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등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의 쓰레기를 처리할 ‘수도권 자원순환공원’ 후보지 공모에 응모한 지자체는 이날까지 한 곳도 없었다. 지난 4월 설명회에 수도권 시군구 41곳이 참석해 기대를 모았으나 실제 공모에는 아무도 지원서를 내지 않은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오는 25일 마지막 날까지 기다릴 것”이라면서도 “이러다 손을 드는 지자체가 아예 없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그래픽=이진영

수도권매립지는 1992년 조성했다. 30년 넘게 수도권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쓰레기가 넘쳐 2018년 103만㎡ 크기의 매립장을 추가로 조성했으나 이곳도 이미 60% 찬 상태다. 현재 하루 4900t씩 쓰레기가 반입되고 있다. 앞으로 10년 정도 더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공사 관계자는 “재활용 확대 등 정부의 쓰레기 감량 정책 덕분에 쓰레기 반입량이 줄어들고 있지만 대체 매립지를 선정하고 조성 공사까지 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고 했다. 서두르지 않으면 수도권에서 ‘쓰레기 대란’이 터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공사는 지금 매립지가 결정되더라도 실제 가동까지는 8~10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환경부와 서울·인천·경기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2014년 ‘수도권매립지 정책 4자 협의체(이하 4자 협의체)’를 구성해 대안을 찾고 있지만 11년째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 김동연 경기지사는 취임 초인 2022년 수시로 만나 쓰레기 매립지 등 문제를 상의하기로 했지만 작년 11월 이후 회동 자체가 끊어졌다.

정부 안팎에서는 공모 대상을 지자체뿐만 아니라 민간으로 확대하고 인센티브를 더 늘려 재공모하는 방안, 환경부·서울·인천·경기가 함께 용역을 실시해 직권으로 선정하는 방안, 국무총리실 산하에 전담 기구를 설치해 조정·결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가장 다급한 곳은 매립지가 있는 인천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매립지를 조성한 인천 서구는 이제 인구 60만명 도시가 됐다”며 “주민 민원이 많아 지금도 매립지를 운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반면에 경기도 관계자는 “이번 3차 공모마저 무산될 위기인 만큼 환경부 등 관계 기관과 소통하면서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마포구 상암동에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을 지어 자체적으로 땅에 묻을 쓰레기양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매일 나오는 쓰레기 3200t 중 2200t을 소각하고 나머지 1000t을 수도권 매립지로 보낸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암동에 소각장을 새로 지으면 이 1000t도 모두 소각할 수 있다”며 “첨단 기술을 활용해 배출 물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