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 등이 10일 오후 대구지법 앞에서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시스

대구시립희망원에 20여년간 강제수용 됐던 60대 남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전봉수(60)씨는 10일 대구지법 민원실에 ‘대구시립희망원 강제수용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 소장을 접수했다.

전씨는 국가로부터 1년에 8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받은 부산형제복지원 사례를 근거로 23년 6개월에 해당하는 18억 8800만 원 배상을 요구했다. 전씨는 “20년 동안 가족을 못 만났다. 청춘이 아깝다. 사과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는 대구시립희망원과 서울시립갱생원, 충남 천성원, 경기 성혜원 등 성인 부랑인 수용시설 4곳의 인권침해에 대한 진실 규명 결과를 공개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지적장애가 있는 전씨는 1998년 11월 충남 천안역에서 놀다가 신원미상의 스님으로부터 “국밥을 사준다”는 말을 듣고 따라갔다가 대구시립희망원에 강제수용됐다.

이후 전씨는 7~8명과 한 방에서 생활하며 종이가방을 만드는 등 강제노역을 했다. 그렇게 20년 넘게 가족과 헤어져 살아야 했다.

그러다 2022년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구시는 자진 퇴소 희망자를 접수했고, 전씨는 그해 7월 퇴소했다. 이후 대구 지역 장애인단체가 운영하는 자립주택에서 생활하다가 한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가족을 상봉하게 됐다.

이날 전씨의 소송제기 기자회견을 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측은 “전씨가 대구시립희망원에서 퇴소 후 동부경찰서에 가족 찾기를 의뢰하자마자 수 시간 만에 가족을 찾았다. 대구시립희망원이 그러한 노력을 조금만 기울였다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며 “결국 전씨는 원치 않은 시설에서 강제노동과 독방수용, 각종 인권침해를 당하며 청춘을 모두 잃어버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가는 대구시립희망원 강제수용 사건 피해를 구제하고 피해자가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적극 나서는 한편 시설수용 인권침해 재발 방지를 위한 포괄적인 탈시설 정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