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 해상에서 전복된 서귀포 선적 갈치잡이배 2066재성호(32t, 승선원 10명)는 먼 바다로 조업을 나갔다가 기상악화로 피항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과 선주 등에 따르면 재성호는 지난 10일 오전 9시 56분쯤 제주 서귀포항에서 갈치조업을 위해 출항했다. 통상 갈치를 잡으려면 서귀포에서 약 800㎞ 떨어진 대만 인근 동중국해상으로 가야하는데 이동하는 데만 3∼4일 소요된다.
하지만 12일 오후 2시쯤 30t 이하 선박에 대해 기상악화 우려로 안전구역으로 대피하라는 해경의 통보를 받은 재성호는 제주 서귀포 해역으로 피항하기로 결정했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지면 30t 이하 선박의 출항은 통제되지만, 그 이상 선박은 평소처럼 운항할 수 있는데도 재성호는 피항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기상이 예상보다 급격하게 악화한 데 있었다.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서귀포 해상에 북서풍이 초속 24∼28m로 강하게 불었고, 파도가 3∼3.5m로 높게 일었다.
재성호는 출항 이틀 만인 12일 오후 7시 56분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남서쪽 12㎞ 해상에서 초단파무선전화(VHF-DSC) 긴급구조 신호를 보냈다.
“배가…”이라는 말과 함께 “으악” 외마디 비명이 들린 후 10초도 안돼 신호가 끊겼다.
마침 인근에서 안전관리를 하던 해경 500t급 함정이 4분 만인 오후 8시쯤 사고 현장에 도착했지만 재성호는 이미 파도에 휩쓸려 뒤집힌 뒤였다. 짧은 순간에 강한 너울성 파도를 맞아 배가 뒤집힌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은 구명벌(구명보트)과 선체 위로 피신하거나 해상에 표류 중이던 외국인 4명(인도네시아 1명, 베트남 3)과 한국인 선장 등 5명을 구조했다. 구조된 선원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서귀포해양경찰서는 13일 이날 오후 12시19분쯤 전복된 사고 선박 내부를 수색하던 중 실종 선원 1명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오전 9시 57분쯤에는 사고 해상에서 남동쪽으로 11㎞ 떨어진 해상에서 사고 어선 실종자로 추정되는 시신 1구를 발견했다. 발견은 수색에 참여한 민간어선이 했다.
출입항관리시스템상 재성호에는 한국인 6명과 외국인 4명 등 총 10명이 승선했다. 이날 발견된 시신 2구가 실종자로 확인되면 실종자는 3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