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화장산 일원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해 소방헬기가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뉴시스

주한 미군은 27일 경남 산청군 산불 현장에 블랙호크 헬기와 치누크 헬기를 투입하려고 했으나 짙은 안개와 연기 때문에 헬기가 뜨지도 못했다. 전날에는 경북 의성 현장에서 불을 끄던 헬기가 갑자기 추락했다. 목격자들은 “연기 속에서 진화 작업을 하다가 전깃줄에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국 산불 현장에서 헬기 120여 대가 진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선 100%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헬기는 초속 15m 이상 강풍이 불면 뜨지 않는다. 안전 때문이다. 안개가 짙은 날도 마찬가지다. 해가 지면 철수해야 해 야간 작업도 할 수 없다.

軍헬기 떴지만 역부족 - 27일 경북 의성군 야산 에서 불을 끄고 있는 육군 치누크 헬기. /육군

물을 실을 수 있는 담수 용량이 작은 것도 한계다. 현재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 50대 중 담수 용량이 5000L를 초과하는 헬기는 7대에 불과하다. 담수 용량이 1000∼5000L인 헬기가 32대로 가장 많다. 11대는 1000L도 싣지 못한다. 이마저 정비 등 이유로 하루에 25~30대밖에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 중 담수량이 8000L로 가장 큰 시코르스키 S-64는 7대 중 2대가 정비 중이라 5대만 배치되고 있다. 산림청의 주력 헬기인 러시아제 카모프 역시 29대 중 16대만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8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부품 수급이 끊겨 헬기장에 멈춰 서 있다.

낡은 기종도 많다. 전체 50대 중 도입한 지 20년이 지난 기종이 33대(66%)다. 이 중 12대는 30년 이상 된 낡은 기종이다. 그나마 산림청 헬기가 지방자치단체나 군이 보유한 헬기보다 담수 용량도 크고 최근에 도입한 기종이라고 한다.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연구사는 “산불 진화의 핵심은 단시간에 많은 양의 물을 뿌려 불길을 잡는 것”이라며 “초대형 헬기 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