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로고. /조선일보DB

군 복무를 대신 해줄테니 월급을 반씩 나눠 갖자고 제안한 지인과 짜고 병역법을 위반한 혐의(대리입영)로 기소된 최모(22)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8단독 이미나 부장판사는 3일 사기, 병역법 위반, 위계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최씨에 대한 보호관찰도 명령했다.

최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조모(20대)씨가 지난해 7월부터 자기를 대신해 군 복무할 수 있도록 신체검사를 받고 대리 입영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별다른 직업이 없어 생활고를 겪던 조씨가 “군인 월급의 절반을 주면 대신 현역 입영해 주겠다”고 제안했고, 최씨가 이를 승낙하면서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본인 인증 절차를 통과할 수 있도록 자기 신분증과 휴대전화 등을 조씨에게 넘겨줬다. 조씨는 건네받은 신분증 등을 병무청 직원들에게 제출하는 등 최씨 행세를 하며 입영 신체검사를 받고 지난해 7월부터 실제 강원도 모 부대에서 2달여간 군 생활을 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최씨 대신 입대한 조씨는 최씨의 신분증을 들고 강원도 홍천의 신병교육대에 입소했다. 군 입영 절차에 따라 병무청 직원이 신분증을 검사하는 등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쳤지만 조씨는 아무런 제재 없이 대리 입대해 신분 확인 절차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씨는 20대 후반, 최씨는 20대 초반으로 나이 차가 있는 데다 체격도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 입영 사건은 군 복무를 하지 않고 있는 최씨에게 병사 월급이 나온 것을 알게 된 최씨 가족이 병무청에 자진 신고하면서 범행이 드러났다. 공범 조씨는 “병사 월급이 예전처럼 적지 않은 데다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입영했다”며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조씨는 과거 입대했다가 정신 건강 등을 이유로 중도 전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 입영 사례가 적발된 것은 1970년 병무청이 설립된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이 부장판사는 “최씨가 이미 2022년 입영 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았지만, 조씨와 짜고 보충역 대신 현역 입영을 지원해 입영 통지서가 발급됐기 때문에 병역법 위반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다른 사람에게 대리 신체검사를 받게 하고 입대까지 하게 해 국가 행정 절차 신뢰도를 심각하게 훼손했고, 급여까지 송금받아 죄질이 불량하다”며 “다만 대리입영 사실을 가족에게 알렸고, 지능이 낮아 사회적 의사소통·상호작용이 힘든 점, 조씨의 협박에 동조한 점 등 심신상태와 범행 경위를 살펴보면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춘천지법은 지난 2월 사기, 병역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범 조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