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도심에 금괴 2t이 묻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역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옛 일본인 농장 창고 지하에 1400억원 상당 금괴가 묻혀 있고, 일본인 농장주 손자가 소유권을 주장하며 발굴을 시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익산시는 “금괴 매장설은 헛소문”이라는 입장이다.
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금괴 매장지’라는 소문이 도는 장소는 1914년 건립된 주현동 일본인 농장이다. 일제강점기에 쌀 공출을 위해 세운 창고 건물로, 전북 지역 농업 수탈 역사를 전하는 건물로 평가받아 2005년 문화재청이 국가등록문화재(209호)로 지정한 곳이다.
금괴 매장설은 최근 경찰이 관할 지자체 등에 ‘항간에 떠도는 소문으로 문화재 훼손 시도가 있을 수 있으므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전달하면서 확산했다. 주민들은 “일본인 농장주 손자가 탈북민 출신 A씨를 통해 발굴을 시도 중”이라는 등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2012년 6월 ‘대구 동화사 금괴 소동’ 당사자로 알려졌다. 당시 A씨는 “남한 출신 양아버지가 ‘한국전쟁 당시 재산을 처분해 동화사 대웅전 뒤쪽에 금괴 40kg을 묻어두었다’고 얘기했다”고 주장하며 문화재청의 발굴 허가까지 받았다. 그러나 A씨가 동화사 등 이해 관계자들과 합의하지 못하고 문화재청의 발굴 조건도 맞추지 못하면서 실제 발굴 작업이 이뤄지진 않았다.
그런 A씨가 이번엔 ‘익산 금괴' 소문으로 또 등장한 것이다. 이영일 전북도 학예연구관은 “일본이 항복을 선언하면서 한국에 있던 일본인들이 급히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남기고 간 금품 등이 많을 것이란 소문이 수십 년째 지역에서 돌고 있지만 실체가 확인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익산시 관계자는 “이번에도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익산경찰서 관계자는 “근거 없는 소문으로 문화재 훼손을 시도하는 행위는 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역에선 “‘금괴를 실은 러시아 보물선을 발견했다’며 투자 사기극을 벌인 ‘돈스코이호 사건’과 비슷한 수법으로 투자자를 모으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