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지하철역 곳곳에서 이어진 출근길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를 두고 서울교통공사 직원 A씨가 작성한 문건이 논란이 되고 있다. 장애인 단체는 18일 “문건 내용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한다”며 서울교통공사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앞서 17일 서울교통공사 언론팀 직원 A씨가 작성한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를 사례로’라는 제목의 문건이 외부에 공개됐다. A씨는 지난 4일 서울교통공사 내부 직원 게시판에 이 문건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7일 서울교통공사의 언론팀 직원이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이어온 장애인 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내부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일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앞에서 서울교통공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건에는 작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장애인 단체가 출·퇴근 시간에 벌인 시위 관련 내용이 담겼다. 장애인 단체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에 탔다 내리기를 반복하는 방식의 시위를 했다.

문건에서 A씨는 “(장애인이) 도움을 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을 무너뜨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여론전 승부에서는 우리 실점은 최소화하면서 상대 실점은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상대방도 실점은 할 수 있으니 꼼꼼히 잡아내야 한다”며 “‘할머니 임종 보러 가야 하는데 시위 때문에 못 간다’고 호소한 시민 사건은 결정적 미스(실수)였다”고 했다.

이러한 내용이 공개되자 ‘시위하는 시민을 싸워서 이겨야 할 상대로 보고 지침을 작성한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사 측은 공식 소셜미디어 등에 사과문을 올리고 “한 직원이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 사내 자유게시판에 올린 것으로 공사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직원 개인의 의견에 불과할지라도 내용이 적절하지 않았다”며 사과했다.

해당 문건을 작성한 A씨 역시 본지 통화에서 “언론팀 직원으로서 장애인 시위 대응 방법을 개인적으로 고민해 올린 것”이라며 “공사 차원의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는 “직원 한 명을 희생시켜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며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1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건물 앞에서 문건 내용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책임져야 할 사람은 서울교통공사 사장”이라며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장애인 이동권을 책임지고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박희은 민노총 부위원장은 “(해당 문건이) 장애인들의 정당한 투쟁에 대해 폭력을 양산하고 혐오를 양산한다”며 “공공기관이 갈라치기를 하고 차별과 혐오를 확산하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앞서 이날 오전 9시 15분쯤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에서 이동권 시위를 벌여 해당 구간 열차 운행이 10여분 지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