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일 서울 구로구청장이 15일 자진 사퇴한다고 밝혔다. 2022년 취임한 지 2년 만이다.
구로구에서 엔지니어링 회사를 운영해온 문 구청장은 인사혁신처가 회사 주식을 팔거나 백지신탁하라고 하자 불복해 소송을 냈었다. 1심과 2심 법원에서 잇따라 패소하자 문 구청장은 주식을 팔거나 백지신탁하는 대신 구청장직 사퇴를 택했다.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 이러한 논란으로 자진 사퇴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문 구청장이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해 구청장직을 중도 사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구청장은 이날 사퇴문을 발표하고 “구민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돼 매우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문 구청장은 본지 통화에서 “명예도 좋지만 평생 가꿔온 회사를 하루아침에 저버릴 수 없어 고민 끝에 사퇴하기로 했다”며 “사퇴한 후에는 회사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했다.
문 구청장은 2022년 7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국민의힘 후보가 구로구청장에 당선된 것은 12년 만이었다.
문 구청장은 1990년 구로구에 ‘문엔지니어링’이라는 정보통신 설비 회사를 설립, 운영해 왔다. 그가 보유한 주식은 4만8000주로 평가액이 17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구청장은 지방선거 당시 이 회사 회장직은 내려놨지만 주식은 계속 보유했고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는 작년 3월 문 구청장이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라고 결정했다. 구청장의 업무와 회사의 이해 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는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경우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해야 한다.
문 구청장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으나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올라가 있다.
문 구청장은 소송 과정에서 “회사가 구로구 내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게 정관을 변경했고 본사도 구로구에서 금천구로 이전해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 구청장이 물러나면 내년 4월 새 구청장을 뽑기 위한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16일부터 부구청장이 구청장 직무를 대행한다. 주민 입장에서는 구정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해 문 구청장은 “내가 갖고 있는 회사가 구로구와 관련된 일을 전혀 하지 않아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고 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식 백지신탁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 가까이 됐다”며 “주식을 팔 수 없다면 애초에 선거에 출마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문 구청장의 재산은 작년 3월 148억원에서 올 3월 196억원으로 48억원 증가했다. 문 구청장이 보유한 주식의 평가액이 120억원에서 170억원으로 상승한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