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최고 60층 주상복합단지와 서울시립대 캠퍼스를 짓겠다는 서울시 계획이 백지화됐다.
서울시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이 부지를 민간 기업에 매각하는 내용의 ‘구(舊) 국립보건원 부지 지구단위계획구역·계획결정 변경안’을 통과시켰다고 28일 밝혔다.
서울혁신파크 부지는 서울 지하철 3·6호선 불광역 근처에 있는 11만㎡ 크기 땅이다. 축구장 15개와 맞먹는다. 원래 국립보건원(질병관리청)이 있던 땅인데 서울시가 2009년 사들였다. 박원순 전 시장 시절인 2015년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시민 단체와 사회적 기업 등 230여 개를 입주시켰다.
오세훈 시장이 2022년 건물을 철거하고 강남 코엑스급으로 복합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립대 캠퍼스와 실버타운 ‘골드빌리지’도 조성하기로 했다. 골드빌리지는 노년 부모와 결혼한 자녀 가족이 가까운 곳에 살 수 있게 만든 새로운 실버타운 모델이다. 오 시장의 역점 사업 중 하나였다.
그러나 사업성이 문제였다. 작년 7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타당성 조사를 넘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민했으나 결국 부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부지 가격은 3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내년 2월 매각 공고를 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는 이 부지를 ‘화이트사이트’로 지정해 용도지역 등 규제를 풀어준다는 계획이다. 주거 비율도 최고 50%까지 올려줄 예정이다.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42)씨는 “혁신파크를 개발한다는 소리를 몇 년째 듣는지 모르겠다”며 “동네가 슬럼화해 밤에는 걸어 다니기 무서울 정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