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노후 주택 재개발 사업인 ‘모아타운’이 첫 삽을 떴다. 2022년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만이다.

1호 사업지인 강북구 번동의 낡은 빌라촌이 2028년 최고 35층 1242가구 아파트 단지로 바뀐다.

모아타운은 100~400가구 규모의 다세대·다가구 주택 조합 4~5개를 묶어 통합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보통 재개발 사업은 착공하는 데만 10년 이상 걸리는데, 덩치를 키워 사업성을 높이고 규제를 풀어 시간을 단축한다.

서울시는 16일 번동에서 주민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모아타운 1호 착공식을 열었다. 이날 오세훈 시장은 “모아타운 착공은 그동안 꽉 막혔던 서울 주택 재개발 시장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시민들의 삶의 질을 바꿀 새로운 주택 재개발 모델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3년 전 동네 구석구석을 걸어다니며 한탄했었는데 이렇게 착공식을 하니 너무너무 기쁘다”고도 했다.

오 시장은 3년 전인 2022년 1월 번동을 찾아 모아타운 추진 계획을 발표했었다. 당시 오 시장은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추진한 도시재생 사업으로 노후 주택에 사는 시민들의 삶의 질은 더 악화됐다”며 “사업성이 떨어져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주택을 모아 누구나 살고 싶은 동네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래픽=김하경

1호 사업지로 선정된 번동 일대에는 1980~90년대에 지은 3~4층짜리 ‘빨간 벽돌’ 주택과 빌라가 모여 있다. 길이 좁고 주차할 자리도 부족하다.

서울시는 인접한 주택 재개발 조합 5개를 묶어 통으로 추진했다. 용역을 내 전체적인 계획을 그렸다.

우선 규제를 풀어 조합별로 거쳐야 하는 행정 절차를 통합 심의할 수 있게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것만으로도 사업에 걸리는 시간을 1년 이상 단축할 수 있었다”고 했다.

용도 지역을 2종 주거지역에서 3종 주거지역으로 상향 조정해 최고 35층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게 했다. 사업성이 개선되면서 코오롱글로벌이 시공사로 참여했다.

여기에 ‘소규모 주택정비 조례’를 개정해 세입자 487명에게 약 2000만원씩 이주비를 지원했다. 조합이 이주비를 부담하고 서울시는 대신 임대주택 수를 줄여줬다. 덕분에 세입자 이주와 철거 문제로 갈등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강북구도 2022년 10월 ‘재개발·재건축 추진 지원단’과 ‘주거정비과’를 신설해 지원에 나섰다. 민주당 소속인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지역 발전에 (시장과) 당적이 다른 게 무슨 상관이냐”며 “강북구가 할 수 있는 건 모두 팔 걷고 나섰다”고 했다.

370가구 빌라촌은 최고 35층 1242가구 아파트 단지로 새로 태어난다. 이 중 임대주택은 245가구다. 2028년 입주를 목표로 한다.

주민들의 거주 환경도 개선될 전망이다. 지하 주차장을 만들어 주차 가능한 차량 대수가 약 200대에서 1294대로 6배가 된다. 단지 내부에는 왕복 3차로 도로를 낸다. 골목길 위를 덮었던 전깃줄은 지하로 들어간다. 근처 우이천을 따라 6000㎡ 크기의 녹지와 산책로도 조성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별로 각각 재개발했으면 10년 이상 걸릴 뿐 아니라 ‘나 홀로 아파트’만 여기저기 들어서는 난개발이 될 가능성이 컸다”며 “부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어 주차 공간과 커뮤니티 시설 등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가 선정한 모아타운은 총 109곳으로 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2026년엔 번동에 이어 중랑구 면목동에서 모아타운이 착공한다.

번동에도 2곳이 추가로 모아타운 사업을 시작했다. 추가 사업지는 17만㎡ 규모로 1호 사업지(5만5000㎡)의 3배에 달한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실장은 “1호 사업이 3년 만에 착공하자 모아타운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며 “모아타운 사업을 통해 총 3만 가구를 공급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서울시내 주거 지역의 42%가 번동 같은 저층 주택지다. 박 전 시장 시절인 2012~2022년 서울시가 지정한 재개발 구역은 3곳에 그쳤다. 이 때문에 주택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은 막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모아타운

서울시가 2022년 도입한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재개발 방식. 주택 조합 4~5개를 묶어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통합 개발한다. 서울시가 전체적인 계획을 짜고 규제를 풀어 용적률 등을 올려준다. 현재 서울시 내 109곳을 모아타운으로 선정해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